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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로 문학 같은 인연을 만났고, 그 속에서 인간의 아름다움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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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로 문학 같은 인연을 만났고, 그 속에서 인간의 아름다움 담았죠”

입력
2017.04.1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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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ㆍ생존자ㆍ민간 잠수사 등

그들의 슬픔이나 분노가 아니라

지옥같은 현재에 맞서 싸우는

담대한 모습을 그리고 싶었죠”

2015년부터 매년 한 권씩 펴내

2014년 4월 이후 김탁환의 소설가로서 삶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선물한 ‘기억반지’를 “절대반지”라고 부른 그는 “절대반지, 노란리본 목걸이를 몸에 착용하면 (안 써지던) 글이 써진다”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2014년 4월 이후 김탁환의 소설가로서 삶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선물한 ‘기억반지’를 “절대반지”라고 부른 그는 “절대반지, 노란리본 목걸이를 몸에 착용하면 (안 써지던) 글이 써진다”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사소한 사건이 인생의 변곡점을 만들 때가 있다. 거대한 역사가 개인의 삶을 뒤바꿀 때도 있다. 어느 날 야구장에서 야구공이 날아오르는 걸 보고 “소설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무라카미 하루키가 전자라면(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들의 고통과 용기, 위엄을 보고 들으며 소설가의 길을 확실하게 걷게 된 오에 겐자부로가 후자에 속할 것이다(르포르타주 ‘히로시마 노트’).

“해군사관학교로 출근하다, 날치떼 날아오르는 걸 보고 소설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는 21년차 작가 김탁환은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문학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1년에 한 권씩 펴내고 있다. 조선 정조시대 조운선 침몰로 세월호 참사를 은유한 장편 ‘목격자들’(2015·민음사), 고 김관홍 잠수사의 사연을 토대로 쓴 장편 ‘거짓말이다’(2016·북스피어)에 이어 세월호 참사 3주년을 앞두고 단편소설집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돌베개)를 냈다.

6일 서울 홍익대 근처에서 만난 김탁환은 “세월호로 들어가는 단계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전작 ‘거짓말이다’를 쓰면서 문학적 표현을 의도적으로 누른 부분이 있었다”며 “이번에는 세월호의 슬픔이나 분노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인간의 아름다움을 문장으로 보여주자는 생각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유가족, 생존자, 민간 잠수사, 상담사 등 세월호 참사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이들의 사연에 상상력을 덧붙인 8편은 세월호란 현실적 맥락을 떼어내고 읽어도 그 자체로, 제목처럼 ‘아름다운’ 소설이다.

말레이시아 여행을 계획했지만, 참사로 아들을 잃은 아빠가 홀로 여행을 떠나며 아들 여권에 도장을 찍는 사연은 출입국관리소 직원의 이야기(‘돌아오지 않는다면 여행은 멋진 것일까’)로, 고 김관홍 잠수사처럼 자살을 결심한 세월호 잠수사는 유족과 만난 일을 계기로 생각이 바뀌어 산사태로 파묻힌 동굴 속 사람을 구하러 내려가는 이야기(‘할’)로 변주된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함께 나누던 변호사 출신 정치인의 선거운동에 유족들이 인형 탈을 쓰고 나선 사연(‘이기는 사람들’), 광화문 촛불집회 무대에 올라 발언한 생존 학생들의 모습(‘마음은 이곳에 남아’)처럼 실화를 소설로 옮겨 온 것들도 있다. 작품집 맨 마지막에 실린 ‘소소한 기쁨’은 ‘진상’ 소설가와 명망 있는 대학자의 작품집을 줄곧 다듬은 편집자의 관계를 통해 세월호를 대하는 작가 자신의 태도를 은유한다.

김탁환은 세월호 관련 작품 집필이 작가 활동에 막대한 손해를 끼칠 줄 미리 알았더라도 같은 선택을 했을 거냐는 질문에 “예측할 수 없다”고 답했다.

소설집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낸 작가 김탁환.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소설집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낸 작가 김탁환.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세월호가 작가로서 삶을 되돌아보게 했나?

“인생에서 특별한 사람을 만난 거 같다. 평범한 상황이 아니니까 진하게 사귀고, 진하게 싸웠다. 민간 잠수사 김관홍씨 죽음은 내 인생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내 소설의 모델이 책 나오기 전에 죽었으니까. 마누라한테도 안 한 얘기를 나한테 다 해줬는데 싶어 유가족 심정이 이해가 갔다. 단편 ‘할’은 김관홍씨 장례식장에서 잠수사들 만났는데, 전부 자살충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 쓴 소설이다. 죽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살리는 소설을 써야겠다 생각했다.”

-세월호 관련 소설 중 고발이나 기록에 의미를 두지 않은, 제대로 된 ‘문학’ 작품집이다.

“15~16편 쓴 것 중에 8편을 골랐다. 해방 후에 100명 이상 죽은 배 침몰이 몇 번 있었고 삼풍백화점 붕괴도 있었다. 그 피해자들은 조직을 만들어 진상규명 요구 같은 걸 한 적이 없었다. 소설가를 흔히 ‘문제적 개인’이라고 하는데, 문제적 개인을 넘어서서 문제적 집단이더라. 그래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사회 가장 심각한 문제를 다 안고, 해결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 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나.”

-단편 ‘소소한 기쁨’ 속 진상 소설가(세월호 관련 작품 450매를 쓰고 마감 기간에 편집자에게 계약 파기를 선언한다)처럼 세월호 작품을 쓰고 출간을 포기한 적이 있나?

“그건 픽션이다. 작가마다 유형이 있는데 나는 들배지기형 작가다. 일단 상대를 들어 몸무게를 감당하고 나서 기술을 걸어 넘어뜨린다. 세월호 이전에 쓴 소설들은 내가 얼마나 데미지(타격)를 입을지 계산했다. 집필 기간, 나의 약점, 보완방안 등을 계산하면 거의 정확하게 맞았다. 한데 세월호 관련 글 작업은 알 수가 없었다. 100㎏라고 생각해 들었는데 1,000㎏쯤 되는 셈이었다.”

-타격이 그렇게 컸나?

“그렇다. 세월호 1차 자료는 소설보다 훨씬 참혹해서 ‘거짓말이다’ 쓸 때 수면장애가 왔다. 하루에 잠을 4번씩 쪼개서 자게 돼서 김관홍 잠수사한테 ‘어떻게 해야 하냐’니까 ‘제대로 들어왔다’고 막 웃더라. 잠수사들이 바지선에서 희생자들 건질 때 정조가 하루 4번 들어와 잠을 4번 쪼개서 잤다고 한다. ‘빙의 제대로 됐다’니까 뭐라 할 수도 없고. 그 상태로 한 달 가까이 지내니 살이 10㎏넘게 빠졌다. (김관홍 잠수사 사망 후에는) 악에 바쳐 깡으로 버텼다. 버티다 보니 최순실 사태 터지고 상황이 바뀌었다.”

-8편이 전부 나름 해피엔딩이다.

“이 사람들이 여전히 지옥에 있는데 지옥에서 어떤 만남을 통해 천국의 빛을 본다. 소설집을 관통하는 건 만남이다. 참사 이후 다른 사람을 만나서 거기서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이야기인데, 내가 만난 사람도 그랬다. 소설 속 참사로 자식 죽고 1년 동안 실어증 걸렸다가 지금은 구호 외치고 노래하고 단식하는 엄마, 실재한다. 만나면서 ‘이 삶이 문학이구나’생각했다. 여전히 그 사람이 지옥에 있지만 견뎌내고 있으니까.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압력에 비틀대다가 맞서 싸우는 담대한 모습! 그게 어떻게 가능했고 얼마나 힘든 과정이었나를 쓰고 싶었다.”

-세월호에 관해 더 쓰고 싶은 얘기 남아있나?

“남은 정도가 아니다. 제일 쓰고 싶은 건 배가 왜 가라앉았고, 해경은 왜 선원부터 구했을까 같은, 사건 전체에 대한 이성적인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다. (질문이) 40개 되는데 자료가 부족하다. 지난 3년간 꾸준히 없어지기도 했다. (이들이) 몇 ㎏짜리 데미지가 될지 가늠이 안 된다. 이들 질문에 대한 대답을 쓰는 게 내 마지막 작업(마지막 소설)이 될 거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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