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땐 귀임 타이밍 더 꼬여
일본 정부가 부산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소환했던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4일 서울로 귀임시키기로 한 것은 빨라지는 한국의 대선 시계를 따라잡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국의 조기 대선 정국에서 주한 일본대사가 자리를 계속 비워둘 경우 차기 정부와의 협력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의 6차 핵실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미일 3국 간 대북 대응체계 가동을 준비해야 할 필요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안팎의 일본 소식통들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최근까지 나가미네 대사의 서울 귀임 타이밍을 두고 고심해왔다고 한다.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이 버젓이 있는 상황에서 소득 없이 나가미네 대사를 서울로 귀임시킬 경우 일본 내 비판 여론이 비등해질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부산 소녀상을 철거할 가능성이 없는데다 차기 정부에서도 이 문제가 이어지면 귀임 타이밍이 더욱 꼬일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입장으로선 “차기 정부에 대비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는 지금이 그나마 최적의 타이밍이 된 것이다.
실제 일본 정부가 한국 차기 대통령이 선출된 뒤에 나가미네 대사의 귀임 타이밍을 찾으려 하면 한국 차기 정부와의 소통은 자연스럽게 뒤쳐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차기 대통령이 정권 인수 기간도 없이 당선 직후 직무에 착수하는 만큼 한일관계 현안을 조율할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의 대선이 끝난 다음 나가미네 대사를 귀임시키는 것은 외교적 관례에 크게 어긋난다”며 “각 당 대선 후보가 속속 정해지고 있는 지금이 대사를 돌려보내기에 그나마 적합한 때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일 공조 필요성도 나가미네 대사 귀임의 명분으로 작용했다. 6~7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전후로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주한 일본 대사의 빈 자리가 더욱 두드러져 보일 수 밖에 없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대형 도발을 일으켰는데, 주한 일본대사가 자리에 없다면 한일 간 갈등 구도 속에서 일본의 책임이 더 커 보일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한일 간 긴밀한 협력을 요구하는 미국 정부의 눈치도 보고 있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우리 외교부는 일본 정부의 나가미네 대사 귀임 결정에 “양국 간 소통이 보다 긴밀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간략한 반응만 내놨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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