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선장 여권ㆍ신용카드 등 첫 발견… 미수습자 가족들 ‘망연자실’
천신만고 끝에 육지 항구 곁에 정박한 세월호에서 처음 나온 유류품은 얄궂게도 승객들을 버리고 도망친 선장의 여권과 신용카드였다. 지난 3년간 가족의 뼛조각 하나라도 발견되길 애타게 기다려온 미수습자 가족들은 다시 한번 황망한 심사를 추스르지 못했다.
해양수산부는 2일 “오전 5시쯤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선 위 펄 제거 작업을 준비하던 작업자가 이준석 선장의 것으로 확인된 여권과 신용카드 등 유류품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인양 이후 발견된 유류품 중 소지자가 파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류품이 발견된 곳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 이 선장이 속옷 바람으로 해경 구명정에 올라탄 조타실 인근이었다. 주변에선 이 선장의 소지품 외에도 주인을 알 수 없는 볼펜과 손가방 등이 발견됐다.
해수부는 또 “인근에서 9개의 뼛조각도 함께 발견됐으나 동물 뼈로 추정된다”며 “정밀 검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지난달 28일 ‘돼지 뼈’ 소동을 겪은 탓인지 또 다른 동물 뼈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비교적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선장의 유류품이 처음 발견된 것에 대해서는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양승진 단원고 교사 부인 유백형(56)씨는 “지난 번 돼지 뼈가 나왔던 곳과 똑 같은 곳이었다. 나와야 될 것은 안 나오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 인근에서 세월호 이동 준비가 한창이던 가운데 미수습자의 것으로 오인된 돼지 뼈 7조각이 발견돼 작업이 전면 중단된 바 있다.
선체 내부에서 골편과 유류품이 재차 쏟아져 나오면서 그간 인양 과정에서 미수습자 유해가 유실됐을 수도 있다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선체에서 나온 펄에 물품이 섞여 있다는 것은 곧 선체 개구부마다 설치된 유실방지막이 제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선체 내부로 해수가 드나들면서 유류품이 수중 유실됐을 가능성도 있다. 진교중 전 해군해난구조대(SSU) 대장은 “해저면에서 세월호를 35m 인양했을 때뿐만 아니라 잭킹바지선과 세월호가 반잠수선을 향해 3㎞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유실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당장 수색과 수습에 돌입하기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인양팀은 지난달 31일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정박한 이후 선체에서 흘러나오는 펄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거해야 할 펄은 총 300㎥로 추정된다. 작업자들이 세월호 좌현 밑 받침대 안으로 진입해 무릎 높이까지 차오른 펄을 꺼내야 하는데, 유류품이나 유해 점검도 병행해야 해 작업 속도가 더디다.
2일 오후 돌입한 해저 수색 준비 작업도 난항이다. 본격 수색에 앞서 잭킹바지선을 고정시켰던 앵커(닻) 등을 제거해야 하는데, 대조기(조수 간만의 차가 커 유속이 빨라지는 시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잠수부를 44m 아래 해저면으로 투입하는 것만도 4일 소조기(조수 간만의 차 적어지는 시기) 전까지는 만만치 않다.
한편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1만3,000여톤에 이르는 세월호를 모듈 트랜스포터로 옮기기 위해 선체 무게를 더 줄여야 한다고 판단, 선체 밑에 배수구(지름 10m)를 뚫는 시험 천공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김영모 선체조사위 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선체를 훼손하지 않는 게 조사위의 기본 원칙이지만 소조기(4~8일) 안에 세월호를 육상 거치하기 위해선 천공이 불가피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시험 천공 실시 후 유실물 발생 등의 문제가 없으면 화물칸인 D데크 부근에 총 21군데를 뚫어 무게를 460여톤 줄인다는 계획이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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