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이 미래다] 드라마앤컴퍼니 최재호 대표
전자명함 내놨지만 광고 취급받아
스마트폰 명함 앱 ‘리멤버’로 재기
인쇄 내용 찍으면 정보 자동입력
인식오류 최소화로 직장인 신뢰 얻어
출시 3년째 누적 가입자 150만명
처리한 명함만 6000만장 달해
스마트폰으로 명함을 찍기만 하면 내 폰 속에 수백 수천장의 명함정보가 착착 정리된다. 승진을 하거나 이직 등으로 명함 정보가 변경돼도 자동으로 업데이트 돼 사람들에게 전달 된다. 직장인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인 명함정리 숙제를 말끔히 해결해 줘 최근 인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떠오른 ‘리멤버’ 얘기다.
리멤버 창업자인 최재호 대표는 당초 한국형 ‘링크드인’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잘 다니던 직장을 나와 벤처업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창업 준비기간 시장을 살펴보니 정작 링크드인은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최 대표는 "이력서에 버금가는 자신의 프로필 정보를 입력해야 하고, 잘 모르는 사람이 자기 정보를 볼 수 있는 링크드인 서비스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며 "이력서 대신 사람들이 주고 받는 명함을 매개로 온라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런 결론을 내리자 모바일 명함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명함정보 링크를 문자로 전달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오프라인에서 한정됐던 사람 관계가 온라인 상에서 무한대로 확장될 있어 한국형 링크드인 구축은 시간문제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참패였다. 대다수 사람들은 얼굴을 맞대지 않고 온라인으로 명함을 주고받는 것이 예의에 벗어난다고 여겼다. 일각에선 온라인 명함을 아예 스팸성 광고로 치부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모바일 명함을 만들어 온라인 네크워크를 인위적으로 구축하려던 게 패인이었다”며 “한국인 특유의 대면 비즈니스 문화를 간과한 측면도 있다”고 토로했다.
최 대표는 사업 실패로 직장을 다니며 모아둔 돈을 거의 다 날렸지만 한국형 링크드인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이 때 최 대표 눈에 다시 들어온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또 명함이었다. 최 대표는 “사람들이 매일 주고 받는 수백 수천장의 명함 정보를 스마트폰 속에 담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네트워크가 구축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명함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최 대표의 예상이 적중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기만 하면 정확한 명함 정보가 입력되는 새 서비스는 금새 직장인들 사이에 입소문을 탔다. 2014년 1월 서비스를 시작한 후 3년만에 누적가입자 150만명을 모았다. 리멤버가 그동안 처리한 명함도 총 6,000만장으로 위로 쌓아 올리면 에베레스트 산보다 높은 1만 2,000m에 달한다. 최 대표는 “기계가 명함 정보를 입력하는 기존의 광학문자인식(OCR) 기술 기반의 명함 관리 앱들과 달리 리멤버가 고용한 타이피스트가 직접 명함정보를 입력하다 보니 인식 오류가 거의 없다”며 “입력한 내용을 사용자가 일일이 확인하고 수정할 필요가 없는 게 주요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의 아이디어에 투자자들도 마음을 열었다. 초기 벤처캐피탈 업체와 정부 기술창업지원자금 등 총 10억원을 투자 받아 서비스를 겨우 시작한 최 대표는 현재 여러 투자자들로부터 100억원 가까운 투자금을 얻어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업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최 대표의 마음은 여전히 분주하다. 당초 자신의 목표였던 한국형 링크드인 구축까지는 갈 길이 아직 멀다고 보기 때문이다.
리멤버가 최근 비즈니스용 메신저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최 대표는 사업관계로 만난 사람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일반 메신저로 소통하기 꺼려한다는 점에 착안해 비스니스용 메신저를 개발해 리멤버에 도입했다. 최 대표는 “사람들은 개인 SNS나 사적인 메신저를 업무용으로 쓰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리멤버의 비즈니스용 메신저가 올해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 모으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벤처업체가 그렇지만 수익성 모델 개발도 최 대표의 남은 과제다. 현재 리멤버는 서비스 화면에 광고를 노출해 수익을 내고 있는데, 투자 받은 금액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최 대표는 향후 영업사원 등이 받은 명함을 회사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업형 명함관리 서비스’ 등을 유료로 제공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최 대표는 “올해는 양적 확장보다는 메신저 서비스 등 안정화 등 질적 도약에 더 집중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유료서비스 등 본격적인 수익 모델을 개발해 흑자를 낼 목표”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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