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사람이야기] 재소자가 안내견 양성 돕는 ‘프리즌 도그스’ 오쓰카 아쓰코씨 인터뷰
2008년 시마네 아사히 사회복지센터 재소자들은 안내견의 사회화 과정 교육 프로그램인 ‘프리즌 도그스’ 에 참여하면서 지난 해 1월까지 12마리의 안내견을 배출했다. 오쓰가 아쓰코씨 제공

“개들은 상처입고 사람을 믿지 않는 재소자들의 마음을 열어줍니다. 개들은 자기를 돌봐주는 이들을 범죄자로 여기지 않죠. 교도소 재소자가 안내견 양성을 돕는 ‘프리즌 도그스’(prison dogs) 프로그램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지난 2008년 일본 시마네(島根)아사히 사회복지센터 재소자들이 안내견 육성에 기여하는 프로그램 도입을 주도한 오쓰카 아쓰코(大塚敦子)씨는 ‘프리즌 도그’ 시행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지금까지도 일본 내에 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곳은 시마네 아사히 사회복지센터가 유일하다.

재소자들이 교도소에서 ‘퍼피워킹’(안내견이 1년간 일반 가정에서 사회화를 배우는 과정)을 담당하는 ‘안내견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해 1월까지 총 12마리의 안내견이 배출됐다. 6년에 걸쳐 프로그램의 도입과 영향까지 꼼꼼하게 기록한 책 ‘개가 가르쳐 주었다’(돌베개)를 출간한 그를 이메일로 인터뷰 했다.

오쓰카 씨는 “지난 20년간 미국과 일본의 프리즌 도그에 대해 연구해오면서 많은 재소자들이 사람이 아닌 개에게 마음을 여는 것을 보았다”며 “개들은 조건 없는 사랑과 신뢰를 주고, 그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재소자들이 마음을 열고, 인정받는다는 감정은 사회로 복귀하는 데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오쓰카 아쓰코 씨가 자신의 고양이를 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오쓰카 아쓰코 씨 제공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주는 안내견을 양성하는 데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안내견 후보견이 되기 위해서는 퍼피워킹을 거친 후 안내견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테스트를 거쳐야 비로소 안내견이 된다. 전체 양성 기간은 2년 가량이 소요되는데 합격률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이처럼 까다로운 안내견 양성 과정을 교도소 재소자들이 담당하는 게 가능할까.

오쓰카 씨는 “처음에는 일반 가정에서 안내견 후보견을 키우는 게 제한된 환경에서 진행하는 ‘프리즌 퍼피워킹’보다 나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하지만 시간을 전적으로 투자하지 못하는 일반 가정과 달리 재소자들은 24시간 함께하며 돌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1월 기준 시마네 아사히 복귀센터는 40마리 후보견 가운데 12마리 안내견을 배출해 일반 가정 퍼피워킹 평균 합격률과 비슷한 성과를 거뒀다.

시마네 아사히 사회복지센터에서 재소자들과 훈련에 한창인 너브(앞쪽부터), 오라, 내시. 오쓰카 아쓰코 씨 제공

하지만 퍼피워킹에 필수적인 대중교통을 타고, 공공장소를 이용하는 것은 재소자들이 할 수 없는 역할이었다. 이는 지역 사회 주민들의 적극적 협조 덕분에 가능했다. 주민들은 주말 동안에 교도소로부터 안내견 후보견들을 인계 받아 돌봤다. 오쓰카 씨는 “주중과 주말에 돌봐주는 사람이 바뀌기 때문에 개들이 혼란스러워하지는 않을까 생각했지만 주중과 주말 모두 행복하게 교도소와 집을 오갔다”고 설명했다. 초기 적응할 때까지는 주중 교도소 내에선 재소자 팀의 리더가 개를 주로 돌보도록 한 게 주효했다.

이는 또 재소자와 퍼피워킹 가정의 교류로 이어졌다. 재소자들과 퍼피워커들은 서로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메모를 통해 개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았고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면서 위로하고 격려하게 됐다.

재소자가 안내견이나 치료견 양성에 기여하는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이미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이 중범죄자들이나 장기수에게도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한 반면 시마네 아사히 사회복지센터는 초범에 8년 이하의 형을 받는 이들이 수감되기 때문에 참가자들의 성향이 다르다는 게 오쓰카 씨의 설명이다. 또 동물학대 이력이 있는 사람을 베재하는 등 프로그램 참가자들을 주의 깊게 선별하기 때문에 재소자의 동물 학대 걱정은 별로 하지 않는다.

시마네 아사히 사회복지센터 한 재소자가 안내견 후보견이던 ‘오라’와 운동장에서 공을 가지고 훈련하던 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 오쓰카 아쓰코 씨 제공

프로그램 성공에 힘입어 지난 2014년부터는 청소년 교육센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유기견 기본 훈련을 시키고,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는 GMaC(나에게 기회를 주세요·Give Me a Chance)라는 개 훈련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시마네 아사히 사회복지센터는 지난 13일 6마리의 안내견 후보견들로 9번째 안내견 육성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오쓰카 씨는 “동물들은 인간이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조건 없는 사랑과 지지를 보내면서 동물과 인간과의 유대를 더욱 특별하게 한다”며 “프로그램을 통해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기르는 것은 인간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김서로 인턴기자 (이화여대 행정학 4)

시마네 아사히 사회복지센터 내 안내견 훈련을 맡은 한 재소자가 방안에서 개를 돌보고 있다. 오쓰카 아쓰코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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