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판사들의 사법개혁 관련 학술모임을 축소하라고 지시한 의혹을 받았던 임종헌(58ㆍ사법연수원 16기) 법원행정처 차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임 차장은 17일 전국 법관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주에 법관 재임용 신청의사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달 19일 임관 30년을 맞는 임 차장은 법원을 떠나게 됐다. 판사는 10년마다 임기가 연장되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연임된다.
그는 “재임용을 앞둔 시점에서 더 이상 지위를 보전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듯하게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며 “동료 법관들의 신뢰와 동료애를 삶의 동력이자 긍지로 소중히 여겨왔는데, 저에 대한 그 신뢰를 자신할 수 없게 돼버린 지금은 법원을 떠나야만 하는 때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임 차장은 “퇴직과 무관하게 이번 일과 관련한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고, 결과를 수용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임 차장은 법원 내 판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판사들을 대상으로 법관 인사제도 개선 등 사법개혁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이달 25일 발표하려고 하자, 지난달 정기인사에서 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 난 이탄희 판사에게 이 모임을 축소하도록 지시한 의혹을 받았다. 임 차장은 그러나 의혹 제기 이후 줄곧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임 차장은 지인들이 사의표명을 만류했지만 “너무 억울하고 명예가 실추돼 더 이상 판사생활을 할 수가 없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이탄희 판사는 의혹이 불거진 지 10여일이 지났지만 어떠한 의견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