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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식용유 범벅? 대왕 카스텔라를 위한 변명

입력
2017.03.1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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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부드러움’의 대명사로 불리며 인기 절정을 누리던 대만 카스텔라, 일명 대왕 카스텔라가 한 순간에 ‘식용유 범벅 빵’이라는 누명을 쓰고 논란의 중심에 섰다. 채널A의 고발 프로그램 ‘먹거리 X파일’이 “대만 카스텔라 촉촉함의 비결은 식용유”라고 ‘폭로’한 게 시발점이 됐다. 평소 먹거리에 민감한 사람들은 “빵에 식용유를?”하며 토끼눈을 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건강에 좋지 않은 식용유를 쓴다니 배신감 든다” “사먹지 않겠다”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이런 가운데 대만 카스텔라 업주들은 “유지류를 쓰지 않는 빵이 어디 있냐”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과연 식용유를 넣은 빵은 정말 ‘나쁜 빵’일까? 식용유는 빵을 만들 때 써서는 안 되는 재료인가?

대만 카스테라 반죽에 식용유를 넣고 있는 모습. 채널A 방송화면 캡처
대만 카스테라 반죽에 식용유를 넣고 있는 모습. 채널A 방송화면 캡처

빵 속 식용유, 낯선 재료 아니다

사실 식용유는 베이킹에서 낯선 재료가 아니다. 버터처럼 빵을 부드럽고 촉촉하게 만들기 위해 넣는 ‘유지(油脂)류’의 하나로, 자주 쓰이는 재료다. 유지는 베이킹의 기본 4대 요소라 일컫는 물, 소금, 이스트, 밀가루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제5원소’라 불릴 정도로 거의 모든 빵에 들어간다. 문정훈 서울대 식품비즈니스학과 교수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따르면 “(빵을 구울 때)식용유가 들어가면 버터에 비해 풍미는 떨어지지만 반죽의 탄력이 올라가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식용유를 버터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동물성 지방 사용을 지양하는 ‘노버터 베이킹’에서도 버터 대신 식용유를 쓰는 경우가 왕왕 있다. 실제로 우리에게 친숙한 ‘시폰 케이크’에도 버터 대신 식용유가 쓰인다. 케이크 크기 중 가장 작은 1호(지름 14㎝)로 시폰 케이크를 만들 경우, 약 50㎖의 식용유가 들어간다.

물론 어떤 종류의 유지를 넣느냐에 따라 식감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풍미가 좋은 버터를 넣으면 보다 빵에서 고급스러운 맛을 느낄 수 있는 반면, 식용유를 넣으면 버터의 깊은 맛 대신 특유의 쫀득함을 맛볼 수 있다. 문 교수 또한 호떡 믹스를 예로 들며 “호떡 믹스를 사 본적이 있는가? 설명을 보면 반죽할 때 원래 식용유를 넣으라고 되어 있다. 그래야 간단하게 쫀득쫀득한 호떡이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식용유, ‘무조건’ 나쁘다?

이번 논란을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 사회가 그간 식용유를 얼마나 부정적으로 생각해왔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동물성 지방인 버터는 되는데, 식물성 지방인 식용유만 유독 안 된다는 이유는 뭘까. 식용유는 정말 나쁜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버터는 우유에 충격을 가한 뒤 뜨는 지방층을 걷어내 굳힌 것인 반면, 식용유는 식물의 씨앗이나 열매에서 짜낸 기름이다. 식물성 지방은 동물성 지방과 달리 혈관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콜레스테롤을 늘리는 지방) 함량이 낮아, 심혈관 질환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식용유 종류 중에서도, 대만 카스텔라 업체 중 일부가 주로 썼다는 카놀라유는 유채씨에서 추출한 것으로, 포화지방의 비율이 전체 식용유 종류 중 가장 낮다. 또 카놀라유는 전체 지방의 7%가 한국인이 주로 부족하게 섭취하는 오메가3로 구성돼 있다.

식용유는 이처럼 기본적으로는 좋은 기름임이 분명하지만, 용도에 맞게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도리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가령 참기름, 올리브유, 카놀라유, 코코넛유는 가열요리에 써도 되지만, 비가열요리에 적합한 해바라기씨유, 홍화씨유, 아마인유 등에 열을 가하면 해당 식용유 속 지방이 건강에 유해한 물질로 바뀌니 주의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다른 브랜드 카스텔라는?

물론, 카스텔라에 식용유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인 방법은 아니라는 게 제빵사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방법으로 쓰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잘못됐다’라고 매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실제 대만 카스텔라 외에 국내 유명 브랜드 빵집의 ‘제주 녹차 카스텔라’에도 식용유가 들어간다. 해당 제품 뒷면의 ‘원재료명 및 함량’을 자세히 살펴보면 ‘채종유’라 적혀 있는데, 채종유는 유채씨에서 채유한 기름으로, 카놀라유와 같은 말이다.

대만 카스텔라는 부드러움을 극대화 하기 위해 기존 카스텔라와는 조금 다른 재료와 비율을 선택했을 뿐이다. 이를 ‘틀렸다’고 비난 할 수는 없다. “식용유 덕분에 식감이 부드러워 졌으면 좋은 것”일 뿐 “음식에서 선악을 찾는 것만큼 부질 없는 것도 드물다”(최낙언 식품공학자 페이스북)라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유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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