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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민정수석실-검찰의 고리를 끊어라

입력
2017.03.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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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낡은 리더십] <3>권력기관 장악의 유혹을 버려라

박근혜정부 출범 7개월 만인 2013년 9월 채동욱 검찰총장을 찍어낸 사건은 정권의 검찰 길들이기의 완결판이었다. 당시 채 총장이 지휘한 검찰이 2012년 대선 개입 혐의를 받았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기소하며 정권의 입맛대로 움직이지 않자 청와대가 국가정보원과 함께 직접 개입, 혼외자 정보를 들춰내 채 총장을 쫓아냈다. 이후 검찰은 박근혜정부 내내 대통령의 심기까지 경호하는 정권의 충견으로 전락했다. 채 총장 찍어내기에 개입했던 국가정보원은 같은 해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NLL 포기’ 발언 논란과 관련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하며 노골적으로 국내 정치에도 개입했다.

이는 박근혜정부가 검찰과 국가정보원을 정권의 시녀로 만들어 국내 정치에 악용한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들이다. 박근혜정부에서 더욱 노골화했지만, 어떤 정부나 통치에 걸림돌인 세력들을 제압하기 위해 권력기관을 활용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 때문에 역대 정부가 하나 같이 검찰과 국가정보원 개혁을 외쳤지만, 정권을 잡은 뒤엔 흐지부지 뒤로 미루기 일쑤였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말 뿐인 개혁 방안 보다 권력 기관 개혁을 이행하려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靑 심기 경호 검찰이 결국 정권 몰락의 요인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검찰은 정권을 뒷받침하는 호위무사 역할에 충실했으나 이는 결국 정권의 몰락을 부추긴 요인이었다. 2014년 7월 가토 다츠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기소는 그야말로 외교 논란도 불사한 대통령의 심기 경호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한 칼럼으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되면서 극우 신문인 산케이가 졸지에 언론 자유를 대변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당시 기소를 주도한 것은 청와대였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비망록에는 ‘산케이 잊으면 안 된다. 응징해줘야’라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지시가 적혀있었다. 박근혜 정권의 ‘괘씸죄’를 받았던 가토 전 지국장은 결국 2015년 12월 무죄를 선고 받았고, 한국 검찰은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됐다.

이른바 2014년 ‘정윤회 문건’ 수사에서도 검찰이 정권의 입맛대로 움직인 정황이 김 전 수석의 비망록을 통해 드러났다. 정윤회 문건 수사는 박근혜정부의 비선 개입 문제를 차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지만, 검찰은 문건의 내용보다는 문건 유출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역설적으로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는 중요 근거가 됐다.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개입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제기를 비난했다”며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해왔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정권을 견제하지 못하고 사실 은폐와 비판자 단속의 충견 역할을 한 것이 도리어 박 전 대통령의 파국을 초래한 원인이 된 것이다. 권력 기관을 장악하고 싶은 유혹이 정권의 몰락을 부르는 독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박근혜정부가 반면교사의 사례로 보여준 셈이다.

靑ㆍ檢 공생 끊기 위한 개혁안은 많아

이 같은 ‘독이 든 사과’인 정치권력과 검찰의 공생관계를 끊기 위한 개혁안은 이미 다양하게 제기돼왔다.

무엇보다 검찰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덜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 검찰처럼 기소권 독점은 물론 수사권과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공소유지권 등을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다른 국가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수사권을 경찰에 주고 범죄에 대한 기소ㆍ수사 지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줄이는 게 근본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검찰 개혁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검찰뿐 아니라 임명권자인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된 특별수사기구를 설치,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 사건을 담당할 독립적인 수사기관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에 예속된 검찰 인사권 독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무엇보다 대통령의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권 제한이 시급하다”며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비율을 조정해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하기 어렵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국 18개 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는 검사장 직선제 도입도 거론된다. 이를 통해 검찰이 대통령의 인사권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고 중앙과 상호간 견제, 주민들의 통제 등 민주적 통제를 받을 수 있다. 대통령의 의지가 청와대 민정수석을 통해 권력기관에 전달돼 온 만큼 민정수석실의 역할을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권의 개혁 이행 의지가 더 중요

하지만 이 같은 개혁방안들이 진작부터 제기돼왔지만 역대 정부에서 검찰의 반발 등으로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1998년 김대중정부 때부터 이어져 온 공수처 설치 주장은 검찰의 강한 반대로 번번히 무산됐다. 검찰 출신 국회의원들도 검찰의 이해를 대변하면서 입법을 가로막기 일쑤였다. 각 정부 역시도 집권 이후 권력기구를 활용하고자 하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해 개혁 의지는 더욱 약화할 수 밖에 없었다. 박근혜정부가 검찰 개혁안으로 도입했던 특별감찰관제의 경우 이석수 특별감사관이 정권 실세를 감찰하는 제 역할을 하려고 하자 아예 내쫓아 버리며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제도 개선에 앞서 현 제도를 취지에 맞게 운영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각 기관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며 “최소한 권력기관 스스로 의식 개혁이나 선언적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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