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위한 구체적 플랜 부족”
당 내부서도 우려 제기
“미국에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보수진영 “한미동맹 흔든다” 맹공
‘대선 전 개헌’고리 반문 연대가
조기대선에 최대 뇌관될라 긴장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첫 메시지로 적폐 청산을 전제로 한 통합을 전면에 내걸고 두 달 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당장 통합을 위한 구체적 액션플랜 등 대권 탈환까지 넘어야 할 과제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여기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와 개헌 이슈 등을 고리로 전개될 공산이 큰 보수 진영을 비롯한 안팎의 공세도 문 전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이다.
문 전 대표가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강조한 통합 행보부터 녹록치 않아 보인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촛불을 들었던 절대다수 국민들이 탄핵을 반대했던 분들의 상실감마저 어루만질 때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은 더욱 자랑스러워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가 통합을 화두로 던져 놓고, 통합보다 적폐 청산이 더 크게 들리는 세력을 아우를 만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을 두고 당 내부에서조차 우려가 제기된다. 비문 진영의 한 관계자는 “문 전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민주주의 틀 안에서 원칙 있는 통합’이라는 것은 박 전 대통령도 했던 말”이라며 “탄핵 이후 분위기 때문에 부담을 느낀 문 전 대표가 어정쩡한 통합 행보로 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일각에서는 ‘통합’을 강조한 문 전 대표가 탄핵 직후인 지난 주말 야권 심장부인 호남부터 먼저 찾은 것부터 앞뒤가 안 맞는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탄핵 이후 보수 진영의 파상공세가 예상되는 안보 이슈도 문 전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이다. 문 전 대표가 8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미국에 대해 ‘아니오(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자, 보수 진영에서는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들려 한다’며 공격을 퍼붓고 있다. 정부가 조기 배치를 시작한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문 전 대표는 이날 “사드 배치 문제는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캠프 관계자는 “유력 후보로 분명 대안이 있지만 이걸 지금 드러내놓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을 국민들에게 최대한 진정성 있게 호소할 방침”이라고 했다.
개헌 이슈가 계속 살아 움직이는 것도 고민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개헌과 관련 “지방선거가 있는 내년 6월에 국민투표를 하겠다. 로드맵까지 밝혔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최근 탈당한 김종인 민주당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범여권까지 아우르며 ‘대선 전 개헌’을 고리로 반문 세력 결집에 나서고 있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개헌을 주장하는 분들이 정말 개헌에만 목적이 있겠느냐”고 하면서도 자칫 조기대선 국면의 최대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내부 인사의 돌출 행동도 변수다. 이날도 캠프 홍보부본부장인 손혜원 의원이 지난 9일 한 팟캐스트에 출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검찰수사 중단 등을) 계산한 거지”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자 사퇴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전 대표에게 친문이라는 패권 이미지가 강하게 덧씌워져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통합이든 안보문제든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 자신과 대척점에 있는 세력들까지 이해할 수 있는 구체성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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