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대 두 달 만에 “소임 다했다”
탄핵 계기 반등 노린 고육책
당분간 주호영 권한대행체제
김무성 비대위원장 추대론도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가 10일 “초대 당대표의 소임을 다한 듯하다”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1월 24일 창당 때 추대된 지 두 달도 안 돼서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을 계기로 탄핵을 주도하고도 침체에 빠진 당 지지율을 반등시켜 보려는 고육책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이날 헌재의 탄핵 인용 선고 직후 국회에서 연 비상 의원총회에서 “당세 확장과 국민 대통합을 위해 백의종군하려 한다”고 사의를 밝혔다. “새로운 인물에 의한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또 정 대표와 더불어 최고위원 9명도 동반 사퇴하기로 했다고 오신환 대변인이 비상 의총 직후 기자들에게 전했다.
정 대표의 전격 사퇴는 당과 대선주자 지지율이 바닥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 국면을 어떻게든 바꿔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바른정당이 대한민국의 정의와 헌법을 지키기 위해 탄핵을 주도하고 ‘이게 나라냐’고 묻는 국민들에게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고도 지금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여 있다”며 “아직 국민의 마음을 다 얻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패권주의와 지역주의를 배격하고 87년 체제를 극복하는 개헌을 이끌어내려면 더 큰 역량이 필요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당분간 대표 역할은 주호영 원내대표와 이종구 정책위의장이 나눠 맡을 전망이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는 대선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조속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김무성 전략홍보본부 부본부장이 위원장을 맡아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당 관계자는 “당내 경선 관리와 당 밖 연대 논의를 두루 해낼 수 있는 적임자가 김 부본부장인 건 사실”이라며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와도 꾸준히 만나온 김 부본부장이 앞장서면 바른정당이 개헌 연대를 주도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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