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원 울산과기원 교수팀
메탄가스로 바꾸어 난방ㆍ온수
숙소형 실험실을 교내에 개설
“현재 500원인 가치를 7배로”
사람 똥의 값어치를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과학자들이 계산해보니 500원 수준이란다. 기술을 좀 더 보태 똥의 경제적 가치를 6배 넘게 올리기 위해 울산에서 기상천외한 실험이 시작된다.
조재원(54)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연구진은 똥에서 만들어낸 에너지로 난방과 온수, 조리를 해결하는 ‘생활형 실험실’을 올 가을 교내에 개소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연구자들이 최소한의 전력만 공급받고 여기서 직접 거주하며 똥 에너지의 상용화 가능성을 실증하는 것이다. 약 5평 크기의 방 3개와 식당, 화장실로 구성된 이 독특한 실험실은 체험해보고 싶은 일반 사람들에게도 일정 기간 숙박이 가능하도록 개방될 예정이다.
생활형 실험실 에너지의 원천은 똥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변기에서 대변을 보면 물을 내릴 필요가 없다. 변기 아래 건조기와 분쇄기를 거쳐 대변이 가루가 된다. 이를 미생물과 섞어 연료로 쓸 수 있는 메탄가스로 바꾸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화장실에 ‘비비(BeeVi)’라는 이름을 붙였다. 벌(bee)과 비전(vision)의 첫 음절을 딴 이름으로, “벌이 꿀을 만들 듯 인분을 유익한 에너지로 만들자는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생활형 실험실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5월 비비화장실을 따로 교내에 설치해봤다. 지난달까지 학생과 시민 2,900여명이 이 화장실을 방문했다. 최미진 UNIST 연구교수는 “방문객들이 만든 대변과 교내 식당 음식물쓰레기 등을 모아 생산한 가스로 버너에서 물을 끓이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비비화장실에서 변을 보고 에너지 생산에 ‘기여’한 사람에게 연구진은 ‘꿀’이라는 이름의 사이버화폐를 10개 지급했다. 변 처리나 시설 유지 등의 비용을 고려해 계산하니 10꿀의 가치는 약 500원. 그런데 UNIST 내 카페에 10꿀을 내면 3,000원짜리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바로 이 값이 연구진이 추구하는 똥의 가치다. “2020년까지 10꿀의 가치를 3,600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메탄가스의 순도를 높이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미생물을 거쳐 나온 가스에는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섞여 있는데, 여기서 메탄을 잘 분리해낼수록 에너지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사는 산 속 마을 화장실에서 똥 치우는 일을 거들다 비비화장실과 생활형 실험실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조 교수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런 개념이 도시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이다. “공용 비비화장실이 있고 꿀 화폐가 통용되는 아파트 단지가 생긴다면 인분이 환경오염의 원인이 아니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 교수를 포함해 생활형 실험실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44명. UNIST, 한국종합엔지니어링 과학자들과 함께 아트센터 나비, 파주 타이포그라피학교, 한국자연미술가협회 야투의 예술가와 인문학자들도 뜻을 모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들의 새로운 도전에 5년간 1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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