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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치료는 수술 뒤 환자 마음까지 보듬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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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치료는 수술 뒤 환자 마음까지 보듬어야”

입력
2017.03.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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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우울ㆍ불안장애 가능성 커

송병주 부천성모병원 유방갑상선외과 교수는 “내년 6월 문을 여는 여성센터를 유방암 등 여성질환 치료의 최고 병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부천성모병원 제공
송병주 부천성모병원 유방갑상선외과 교수는 “내년 6월 문을 여는 여성센터를 유방암 등 여성질환 치료의 최고 병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부천성모병원 제공

이순(耳順)을 앞둔 나이에 직장 옮기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의사, 특히 외과의사에게는 더더욱 모험일 수 밖에 없다. 새로 옮긴 병원에서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자칫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서울성모병원에서 부천성모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송병주(57) 유방갑상선외과 교수가 그랬다. “명의가 왔다”고 부천성모병원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지만, 의료계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서울성모병원에서 유방암센터장, 암병원 진료부장, PI(Performance Improvement)실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친 그의 자리바꿈은 그만큼 파격적이었다.

“환자를 불편하지 않게 세심히 챙기려고 노력”

“출퇴근 거리가 좀 길어졌을 뿐 달라진 건 없어요. 부천성모병원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있습니다. 의사인생에서 전환점이 된 것 같아요. 병원장님을 비롯한 병원식구들이 ‘새내기’ 대하듯 잘해줘 감사할 따름입니다.”

송 교수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활기가 넘쳤다. 수술방 간호사를 비롯한 병원식구들은 그를 ‘3S(SexyㆍSensitivityㆍSmart) 교수’로 부른다. 그는 “늘 환자입장에서 판단하고, 환자가 불편하지 않게 세심히 챙기려는 건 맞지만 섹시하다는 말은 아닌 것 같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직 두 달 만에 병원식구들에게 인정 받으니 생기가 넘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송 교수가 자리를 옮긴 이유는 내년 6월에 문을 여는 ‘여성센터’ 때문이다. 새 병동 2층에 들어 설 여성센터는 유방암, 자궁암 등 여성암과 함께 갱년기 여성에게 발생할 수 있는 정신ㆍ신체적 무력감과 우울증 등의 진단과 치료, 재활 등을 제공된다.

부천성모병원 여성센터를 국내 최고 센터로 만들 수 있는 적임자로 송 교수가 낙점된 것이다. 송 교수는 “부담이 크지만 지금까지 여성환자를 치료한 경험과 노하우를 여성센터 건립에 쏟아 부을 것”이라고 했다.

화제를 돌려 ‘본업’인 유방암에 대해 질문하자 진지해졌다. 송 교수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유방암 환자가 많지만, 우리나라는 40~50대 환자가 많은 게 특징”이라며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면서 유방암 환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여성이 소고기, 돼지고기 등 고기 섭취가 늘고, 운동이 부족해 비만인구가 늘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비만해지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많이 분비돼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유방암은 참 고약한 암이다. 사람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발병하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유방암은 수술만 하면 완치된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유방암은 수술 후 관리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수술 전 협진 못지않게 수술 후 협진시스템이 완벽히 갖춰야 유방암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다.

송병주 교수(사진 오른쪽)가 유방암을 수술하고 있다. 부천성모병원 제공
송병주 교수(사진 오른쪽)가 유방암을 수술하고 있다. 부천성모병원 제공

“환자 살릴 기회는 한번뿐이라는 생각으로 수술”

부천성모병원은 송 교수 영입 후 유방암 수술 후 협진체계를 완벽히 구축했다. 수술 후 심혈관질환은 순환기내과가 맡고, 임파선 비대로 인한 통증은 재활의학과와 협진해 해결한다. 유방암 수술 후 발생가능성이 높은 우울ㆍ불안장애 등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한다. 송 교수는 “유방암을 치료하려면 외과의사는 수술뿐 아니라 수술 후 환자치료 전반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다. 과거 유방암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으려면 입원해야 했지만 외래에서 항암치료를 할 수 있게 됐다. 수술 후 입원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수술 후 2~3일 내 환자를 퇴원시키고 있다”며 “환자가 항암치료를 외래에서 받으면서 예후는 물론 환자 삶의 질까지 좋아졌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칼잡이’로 불리는 전형적인 외과의사와는 다르다. “수술만 잘하면 된다”는 외과의사 특유의 고집보다 다른 과 전문의들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외과의사도 수술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조직과 소통하고 협력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송 교수에겐 인성이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의술이 뛰어나도 환자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려야겠다는 마음이 없으면 외과의사로서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전공의 시절, ‘외과의사에게 사람을 살릴 기회는 한번 뿐’이라는 은사의 말씀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수술방에 들어갈 때마다 이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기회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수술에 임합니다.”

‘가장 좋은 선(善)은 물과 같다’는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가 송 교수의 좌우명이다. 물은 언제나 아래로 흐르며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른 이와 다투지 않고, 자신을 방해하는 요소도 포용한다. 작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 부드럽지만 바위를 뚫는 물처럼 강인한 외과의사를 만났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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