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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양념게장

입력
2017.03.0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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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엄마는 요리를 맛깔 나게 하는 편은 아니다. 오래 먹어 익숙하고 정겨우니 따박따박 받아먹을 뿐이다. 엄마는 요즘 들어 생전 안 하던 음식을 만들곤 한다. 대표적인 게 전복장인데, 멀쩡히 전복회나 전복비빔밥으로 잘 먹던 걸 어느 날부터 갑자기 전복장을 만들어 보내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첫째는 베트남 쌀국수, 둘째는 간장게장, 셋째가 전복이라 엄마의 이런 변화는 내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엄마가 만든 전복장은 정말이지 참기 힘든 맛이었다. 가족들 것은 하나도 안 남겨놓고 오롯이 나에게 다 보내준 것이라 신경질도 못 내고 그 비릿하고 짜디짠 전복을 다 먹었다. 오늘도 엄마가 보내준 반찬이 도착했는데, 생뚱맞게도 이번에는 붉은 양념게장이다. 엄마는 식당에서도 양념게장을 안 먹는 사람이다. “엄마가 양념게장을 만들었다고?” “그냥 자잘한 게들이 있길래. 대충 무쳐봤어.” 살짝 겁이 나긴 했다. “난 무서워서 맛도 안 보고 그냥 보냈다. 친구들한테도 좀 덜어줘.” 엄마가 무서워서 맛도 안 봤다니. 나는 더 무서웠다. 아니나 다를까, 흔히 보던 양념게장의 색깔이 아니다. 게다가 게딱지도 안 딴 거다. 겉보기론 딱 깍두기 양념 남은 걸 부은 것 같은데. 작은 것 골라 한 마리 집어먹은 내가 푸하하 웃고 말았다. 내가 평생을 먹어 온 우리 집 간장게장은 진짜 맛있는데. 엄마는 참, 그냥 하던 대로 하지. 들큼하고 매운, 희한한 맛에 게 다리를 손에 쥐고 나는 기가 막혀 웃었다. 반찬통에 나눠 담아 이웃에 사는 친구들에게 골고루 가져다 줘야지. 너희들 깍두기 맛 나는 게장 먹어봤어? 그렇게 물어보면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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