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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한국식당에서 만난 김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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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한국식당에서 만난 김정남

입력
2017.03.0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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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마카오의 한국식당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한국인 식당 손님의 사진촬영 요청에 응하고 있는 모습. 뉴스1 동영상 캡처

한국인 손님들에 “내가 누군지 아나” 먼저 다가와

함께 사진 찍으며 소탈한 모습… 건강은 나빠 보여

가게 바깥에선 남자 2명이 검은색 몰고 와 ‘감시’

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북한의 현 통치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으로, 지난달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독살된 김정남의 생전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됐다. 뉴스1은 지난해 초 마카오 여행을 갔다가 현지 한국식당에서 우연히 김정남을 만난 한국인 제보자가 제공했다는 당시 사진과 동영상을 4일 공개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김정남이 먼저 자기 소개와 함께 아는 척을 해왔고, 제보자 일행이 앉은 테이블에 동석하며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아래는 제보자가 뉴스1에 당시 상황을 설명한 내용이다.

“내가 누군지 알아요?”

마카오 여행 첫날, 배가 출출해 밤비행기로 도착하자마자 찾은 한국 식당. 흰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배 나온 중년 남자가 다가와 자신을 아느냐고 물었을 때만해도 술집에서 흔히 있는 취기 탓이겠거니 했다. 해외에서 먼저 다가와 한국말로 말까지 건네는 중년 남자가 북한 김정일의 아들 김정남일 줄이야.

“김…정…남, 몰라요?”

그의 일행인 일본인이 어눌한 한국말로 ‘김정남’을 입에 올리자 그때서야 TV에서 간간이 모습을 드러낸 김정남의 이미지들이 떠오르며 입이 딱 벌어졌다. “아…”

새벽 1시가 넘은 시각, 취기가 거하게 오른 김정남은 한국인, 그에게는 ‘남조선인’이 앉아있는 테이블을 오가며 흥을 돋웠다. 일본인 요리사와 비서와 함께였다. 술잔을 기울이다 자연스럽게 같이 ‘엄지 척’하며 사진도 찍을 정도로 소탈했다. 처음 보는 사람과도 허물없이 지내며 스스럼없이 친분을 쌓는 김정남에게 역사가 빚어진 불행한 개인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이복동생 김정은과의 권력다툼에서 밀려난 뒤 해외를 떠돈 김정남에게 마카오는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다. 그는 2000년 초반부터 마카오를 근거지로 삼았다. 마카오 한국 교민들과도 격의없이 지내 교민들 사이에 목격담도 넘친다. 이 한국 식당도 그가 늦은 밤에 가끔 찾던 ‘아지트’ 중 하나였다.

분위기가 더욱 무르익자 김정남은 친근감의 표시로 본인이 차고 있던 시계를 풀며 선물로 주겠다고 말했다. 시계는 스위스 명품 시계 ‘파텍 필립’. 수천만 원하는 고가 시계다. 술 마시다 나온 말인데다 평범한 시계도 아닌 명품시계를 주겠다는 김정남에 말에 도로 돌려줬다. 손에 차고 있는 시계는 수천만 원짜리인데 현금은 없었다. 신용카드만 있는데 식당에 카드 결제가 안돼 우연히 동석한 사람이 돈을 냈다. 한국 돈으로 20만원가량의 금액이었다.

이미 많이 취해있었다. 몸 상태도 좋지 않아 보였다. 온몸에서 땀이 비오듯 흘렀다. 휴지로 계속 닦아야 했다. 침까지 흘려 건강에 무리가 간 게 아닐까도 생각했다. 테이블 위에 휴지가 가득 쌓였다.

일행들은 창가 쪽 자리를 잡아 창 밖이 잘 보였다. 심야 시간이라 어두웠지만 남자 두 명이 술집 안을 들여다보며 밖을 어슬렁거렸다. 김정남을 감시하는 사람들로 추정됐다. 검은색 밴도 함께였다. 계속 술집 안의 상황을 주시하는 이 두 남자가 경호원이었다면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김정남을 챙기러 진작 안에 들어왔을 테다. 김정남도 직접적으로 그들에 대해 언급은 피했지만 그들의 존재를 아는 듯 술을 마시면서도 창밖으로 힐끗 봤다.

그날 만취한 김정남은 결국 택시를 불러 보냈다. 일본인 비서가 김정남이 가족과 호텔에 산다고 전했다. 김정남의 전화기 너머로 들린 여자 목소리는 둘째 부인 이혜경 같았다. 목소리가 곱고 부드러웠다. 밖에 ‘검은 남자’들은 나서지 않고 끝까지 지켜만 봤다.

한국일보 웹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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