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단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전초전으로 삼았던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금메달 15개 이상으로 종합 2위를 목표로 삼았던 한국 선수단은 26일 막을 내린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최다인 16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개최국 일본이 금메달 21개, 은메달 21개, 동메달 26개로 1위에 올랐고 한국은 금메달 16개, 은메달 18개, 동메달 16개로 2003년 일본 아오모리 대회 이후 14년 만에 2위에 복귀했다.
총 50개의 메달은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 때 기록한 역대 한 대회 최다 메달 38개를 훌쩍 뛰어넘는 개수다. 3위는 금메달 12개, 은메달 14개, 동메달 9개를 수확한 중국이다.
효자 종목 빙상이 기대대로 무더기 금메달을 쏟아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7개, 쇼트트랙에서 5개의 금메달을 안겼다. 스피드스케이팅의 맏형 이승훈(29ㆍ대한항공)은 대회 전 스케이트 날에 베인 찢어진 다리로도 5,000m, 1만m, 팀 추월, 매스스타트에서 4관왕을 달성했다. 4관왕은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 최초다.
차세대 빙속 스타 김민석(18ㆍ평촌고)은 이승훈과 함께 팀추월 금메달을 목에 걸더니 1,500m에서 아시아 신기록 1분46초26으로 우승하면서 2관왕에 올랐다. 여자 장거리 간판 김보름(24ㆍ강원도청)도 여자 5,000m에서 금빛 질주를 했다.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쇼트트랙은 여자 대표팀이 3개, 남자 대표팀이 2개를 합작했다. 여자 쇼트트랙의 쌍끌이 심석희(20ㆍ한국체대)와 최민정(19ㆍ서현고)은 각각 1,000m와 1,500m에서 우승한 데 이어 계주 금메달까지 목에 걸어 나란히 2관왕의 기쁨을 맛봤다. 다만 심석희는 500m 결승에서 판커신(중국)에게 다리를 잡히는 ‘나쁜 손’ 논란에 휘말려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전혀 예상 못 했던 피겨 여자 싱글 최다빈(17ㆍ수리고)이 금메달을 손에 넣어 큰 감동을 남겼다. 설상 종목에서도 뚜렷한 성과가 있었다. 한국 스키는 6년 전 대회에서 알파인 스키(3개)와 크로스컨트리(1개)에서 금메달 4개를 따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알파인 스키(1개), 스노보드(2개), 크로스컨트리(1개) 3종목에서 우승자를 배출했다. ‘배추밭 소년’ 이상호(22ㆍ한국체대)가 대회 첫 날인 19일부터 스노보드 대회전에서 첫 금빛 낭보를 전한 데 이어 이튿날 회전에서도 우승해 첫 2관왕 주인공이 됐다. 노르웨이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김마그너스(19)가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크로스컨트리에서 우승한 것도 고무적이다. 알파인 스키의 간판 정동현(29ㆍ하이원)이 남자 회전에서 우승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알찬 성과다.
동계스포츠의 최고 인기 종목인 아이스하키에서는 남녀 모두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남자 아이스하키는 맞수 일본을 꺾는 등 2승1패로 은메달을 획득했고, 여자 아이스하키는 비록 입상에는 실패했지만 중국전 극적인 역전 드라마로 큰 감동을 선사했다.
김상항 선수단장은 “금메달 15개로 종합 2위를 목표로 했는데 16개를 획득, 목표를 초과 달성해 대회를 마무리했다”며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으로 약속한 목표를 이뤄내 국민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 대회 경험을 기회로 삼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우리 선수들의 땀과 열정이 더 큰 열매를 맺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대회에 7명(쇼트트랙 5명ㆍ피겨 2명)의 선수를 파견한 북한은 피겨 페어에 나선 렴대옥-김주식(대성산 체육단) 조가 동메달을 따내 ‘노메달 위기’에서 벗어났다.
삿포로=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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