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직불금 단가 3만3,499원
전년의 2배 이상 높게 책정
정부, 한도 초과분은 지급 안해
쌀 생산 농가들 반발 커질 듯
전문가들 “보조금 정책 전환해야”
쌀값이 속절없는 폭락을 거듭하며 정부가 농가소득을 보전해주는 ‘쌀 변동직불금’ 지급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덩달아 변동직불금 총액이 세계무역기구(WTO)의 농업보조금 한도까지 처음 넘어서면서, 정부와 농민간 갈등 고조는 물론 쌀 보조금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정부로선 떠안게 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6년산 쌀 변동직불금 단가를 3만3,499원(80㎏ 기준)으로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1만5,867원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직불금 총액도 지난해 7,193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변동직불금은 쌀값 하락으로 인한 농민소득 감소를 보전해 주는 제도다. 수확기 산지가격(작년10월~올1월 평균 12만9,915원ㆍ80㎏ 기준)이 목표가격(18만8,000원)을 밑돌 경우, 둘 사이 차액의 85%에서 기본 보조금(고정직불금ㆍ1만5,873원)을 제외한 금액을 보전해 준다.
하지만 올해 변동직불금은 실제 계산보다 다소 적게 책정됐다. 당초 계산액이 2005년 직불금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WTO의 농업 보조금 한도 총액(1조4,900억원)을 넘어서자 이 한도에 맞춰서 다시 계산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전체 농업보조금 한도를 직불금 하나로만 다 써버린 셈이다.
하지만 농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WTO 규정에 따라, 농업보조금 한도 안에서만 직불금을 줄 수 있어 실제 농가가 가져가는 부분이 76억원 줄어들기 때문이다. 올해는 액수 자체가 크지 않지만, 앞으로 계속 쌀값이 추락하면 농민들의 보조금 손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유례 없는 쌀값 폭락을 경험한 농민들은 수급 관리에 실패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말 산지 쌀값(12만9,628원)은 21년 만에 13만원대 아래로 내려갔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는 “국제법과 국내법이 상충하면 다른 대안을 찾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쌀값 폭락은 기후나 작황 같은 변수를 제외하면, 결국 정부가 정확한 수요 예측과 효과적인 재고 관리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라 볼 수 있다. 장경호 농업정책연구소 녀름 소장은 “흉년엔 재배면적을 유지하라, 풍년엔 줄이라고 권장하는 일이 되풀이되면서 공급 과잉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보조금 한도를 넘어설 때까지 대안 마련 없이 직불금 위주 정책을 고집하면서, 이제와 다른 대안도 마땅하지 않다는 점도 고민이다.
전문가들은 변동직불금 총액이 농업보조금 한도를 넘어선 것을 계기로 정부가 직불금으로 농민 수입을 떠받쳐 주는 지금까지의 정책기조와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식량 안보’ 차원에서 쌀값을 무조건 높게 떠받드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사공용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변동직불금 폭등은 결국 정부가 효과적으로 쌀 생산량과 재배면적을 줄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재배면적을 인위적으로 줄여나갈 것이 아니라 목표가격을 시장가격에 연동시켜 장기적으로 쌀값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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