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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한센인 강제 낙태ㆍ불임 수술 국가 배상 첫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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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한센인 강제 낙태ㆍ불임 수술 국가 배상 첫 인정

입력
2017.02.1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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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인권변호단, 한국한센총연합회 관계자들이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국가배상이 확정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한센인권변호단, 한국한센총연합회 관계자들이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국가배상이 확정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행복추구 침해 위법한 공권력”

낙태 피해 10명에 4000만원

단종 9명에 3000만원씩 배상

유전된다는 편견에서 비롯

1990년대까지 수술 시행돼

국가정책으로 이뤄진 한센인 정관절제(단종) 및 임신중절(낙태) 조치에 대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현재 같은 내용의 소송 5건이 법원에 계류 중이어서 소송 당사자 520여명에게도 비슷한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5일 이모씨 등 한센인 1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국가가 낙태 피해자 10명에게 4,000만원, 단종 피해자 9명에게 3,000만원씩을 배상하라고 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재판부는 “정부 소속 의사 등이 한센인들에게 시행한 단종과 낙태 수술은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행위”라며 “(당사자들의) 동의나 승낙을 받지 않았다면 헌법상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와 태아의 생명권 등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센인들의 임신과 출산을 사실상 금지함으로써 자손을 낳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어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인격권 및 자기결정권, 내밀한 사생활의 비밀 등을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행위임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런 이유를 들어 한센인들에 대한 단종 및 낙태가 위법한 공권력 행사라고 보고, 국가에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한센인 단종ㆍ낙태정책은 한센병 예방을 위한 보건정책으로 시작됐다. 전염성이 현저히 약한 한센병이 유전된다는 무지 탓이다. 정부는 1990년대까지 국립소록도병원 등에서 부부가 동거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정관절제 수술을 받도록 했다.

이씨 등은 이 정책에 따라 1955~77년 사이에 강제로 단종ㆍ낙태 수술을 받았다. 이들은 대부분 교육 수준이 낮고 장기간 수용생활을 해 일반 사회로 진출하기 위한 자립능력이 부족했다. 이로 인해 섬을 떠나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견디며 출산을 한다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후 한센병이 유전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자 정부는 2007년 한센인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고 500여명이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국가가 배상을 거부하자 피해자들은 2013년 8월 국가를 상대로 “1억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현재 법원에는 한센인 139명이 낸 국가배상 사건 등 5건이 계류 중이다. 지난해 서울고법이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서 특별 재판을 열고 사건을 심리한 뒤 단종ㆍ낙태 피해자에 대한 배상액을 각각 2,000만원으로 감액한 사건도 포함된다.

한센인들을 대리한 박영립 한센인권변호단장은 “사법부가 한센인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준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다른 5건의 사건들도 사실 관계가 같은 만큼 똑 같은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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