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엊그제 당내 대선주자 경선 예비후보로 등록함으로써 최근 여론조사에서 선두그룹을 형성하는 주요 인사들의 경쟁구도가 뚜렷해졌다. 이에 따라 지지자를 포함한 유권자들이 후보 개개인들의 상대적인 장단점을 파악하고 대통령 적합도를 판단할 수 있는 상호 토론의 필요성 역시 더욱 커졌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후보 검증의 내실화에 대한 국민적 요구도 어느 때보다 높다. 각 후보진영이 정치공학적 유불리 계산을 떠나 대선시장에서 자신을 적극적으로 팔아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대세론을 구가하는 문 전 대표 측이 개별 또는 후보 간 토론을 기피하는 태도를 보여 다른 후보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12일로 예정됐던 민주당 대선후보 합동토론회가 일정 중복을 내세운 문 전 대표의 불참으로 취소된 게 대표적이다. 앞서 그는 자신을 지지한 인사의 방송출연 취소 논란과 공정성을 이유로 예정된 TV 검증토론 등을 거부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야권 후보에 날을 세우는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같은 당 남경필 경기지사의 모병제 관련 토론 제의를 피하는 인상을 주는 것도 볼썽사납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문 후보 측은 "후보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함께 힘을 모을 것이며 당내 경선일정이 정해지면 어떤 일정이든 임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탄핵 자체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탄핵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하지만 당내 경쟁자인 안희정 충남지사나 이재명 성남시장 측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명망과 대세에 기댄 선택이 초래한 참혹한 결과를 봤다면 리더의 비전과 철학, 용기와 책임, 일관성과 실천력을 검증하는 맞짱 토론 기회를 미룰 이유가 없다. 문 전 대표가 언론과의 단독 인터뷰나 예능성격 방송프로그램 출연을 마다 않는 것을 봐도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문 전 대표 측의 입장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어떤 토론이든 선두주자는 수세에 몰리기 십상이고, 탄핵심판 결론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공세적 얘기를 꺼내다가 '대세론의 오만'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누구든 그럴 여유를 부릴 만큼 한가하지 않다. 미국 트럼프정부를 시험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외교안보 불안이 심화하고 '4월 위기설' 등 비관적 경제시나리오가 나도는 등 국가 리더십 공백 장기화에 따른 국민 불안이 안팎으로 가중되고 있어서다. 국가 난제를 마주한 유력 차기 리더들이 뒤에 숨지 말고 전면에 나서 미래 한국의 청사진을 놓고 치열한 고민을 나눠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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