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경기 연천 젖소 사육 농가에서 또다시 구제역 확정 판정이 나왔다.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에 이어 올 겨울 세 번째다. 특히 연천 구제역은 O형이었던 보은ㆍ전북과 달리, 혈청형 A형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부에 이어 수도권 확산조짐이 나타난 것도 걱정인데, 사상 처음 2개 종의 구제역이 동시 발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부랴부랴 방역단계를 ‘경계’에서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방역 농정에 대한 국민의 비판과 불신이 고조되자 당국은 해명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실패 책임을 수용하고 역병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A형 구제역 발생은 이번 사태가 백신 접종에 소홀한 농가의 책임도 있다는 당국의 주장을 무색하게 한다. 정부는 지난해 전국의 백신 항체 형성률이 소 97.5%, 돼지 75.7%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 보은 구제역 발생 후 주변 한ㆍ육우 사육농가 9곳의 항체 형성률을 검사한 결과 평균 54.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읍 발병 농가는 아예 5%에 불과했다. 그러자 농식품부는 “백신 비용부담 등의 이유로 접종하지 않은 농가가 있었다”거나, “접종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책임을 농가에 떠넘기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
정부가 그동안 일제 접종에 써 왔던 백신은 ‘O+A형’(복합형)으로 연천에서 추가 확인된 A형 구제역엔 유전자 내용이 달라 효력을 보장할 수조차 없는 것이었다. A형 구제역은 2010년 1월 포천ㆍ연천 지역에서 이미 한 차례 발생한 적이 있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의 일제 접종엔 아예 A형 백신이 쓰이지조차 않았던 것이다. 구제역은 집단적 피해를 일으키는 역병인 만큼 당국은 각 축산농가가 적절히 백신을 쓸 수 있도록 철저히 지도ㆍ관리했어야 한다. 하지만 당국은 항체 형성률 기준 미달 시 과태료 부과 규정만 믿고 방역활동을 사실상 농가에 일임한 셈이다.
당국은 A형 구제역이 확인되자 부랴부랴 해당 백신을 해외에서 긴급 수입키로 했다고 하나 아무리 백신이 있어도 보관과 투약 등 방역활동을 농가에만 떠넘겨서는 역병의 상시 발생을 막을 수 없다. 농축산부와 방역당국이 산하 기관과 지자체 유관부서를 유기적으로 통할해 보다 긴밀한 방역활동 점검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살처분 가축에 대한 무차별 보상제(80%) 역시 농가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 당장 추가 확산 방지가 우선이되, 차제에 축산 방역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편이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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