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기각 기대 관측도
대선 출마를 둘러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흐릿한 행보로 혼란과 비판이 커지고 있다. 황 권한대행이 탄핵 기각에 따른 12월 대선을 기대하며 모호한 입장으로 침묵을 거듭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황 권한대행은 6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했다가 출마와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받았지만, 역시 답하지 않았다.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나”, “지지율이 16%를 기록했는데 어떤가” 등의 질문에 “(본회의장에) 들어가겠다” “수고들 하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날 집중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은 10% 이상을 기록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국민일보 의뢰) 조사의 경우, 황 권한대행은 16.0%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32.5%)에 이어 2위로 집계됐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조사에선 12.5%로 문 전 대표(30.2%)와 안희정 충남지사(14.1%)에 이은 3위, 리서치앤리서치(동아일보 의뢰) 조사에서도 10.0%로 역시 문 전 대표(28.7%)와 안 지사(12.9%) 다음을 차지했다.
황 권한대행이 연일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자 지지율 상승세를 즐기며 몸값을 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공백을 메워야 할 권한대행으로서 본분을 망각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정농단 사태에 책임의식도, 현재 자신의 역할도 잊은 채 대선 출마를 저울질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생각을 밝히지 않고 기회주의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도 국민에게 예의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황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을 기대하고 대선 행보를 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황 권한대행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청와대 압수수색에 사실상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런 의구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오히려 탄핵이 기각되면 대선에 나갈 명분이 생긴다고 보고 포석을 깔아두는 것 같다”며 “장기적으로도 보수의 대선주자로 인식돼서 나쁠 건 없다는 계산을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이 지지율 일부를 잠식하면서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등 보수 후보들도 지지율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김 교수는 “보수가 보수를 죽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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