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연내 배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이나 동맹국에 대한 공격은 반드시 격퇴하고 그 어떤 핵무기의 사용에도 효과적이고 압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뒤 첫 해외 출장지로 한국을 택한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미국이 북한의 위협을 안보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매티스 장관은 방한 이틀 동안 한민구 국방장관 등 정부 인사들과 만나 일관된 메시지를 전했다. 한미동맹을 “아시아태평양 평화와 안정의 핵심축”으로 규정하고 “한미동맹의 강화와 확장 억제 등 미국의 안보공약은 불변”이라며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북한 말고는 사드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중국에도 견제구를 날렸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시험발사가 마감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이후 언제, 어디서든 ICBM 시험발사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이어가는 등 북한은 도발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 매티스 장관이 북한의 위협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바로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뒀다고 볼 만하다.
그러나 3일 한미 국방장관이 회담하는 동안에도 사드 찬반 집회가 열리는 등 우리 사회는 사드 문제를 놓고 여전히 갈등하고 있다. 사드를 밀어붙인 박근혜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니 배치를 기정사실화해 갈등을 부추기보다 차분히 다룰 수 있는 여지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의 반응이 날카로워지는 것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한국 기업과 문화예술인을 압박하고 불이익까지 준 중국이다. 매티스 방한에 맞춰서는 환구시보를 통해 “한국은 외교의 독립성을 거의 상실했으며 독립적 정치사고능력도 심각하게 위축됐다”고 노골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다. 미국 조야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대북 선제타격과 김정은 체제 전복 등 강경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매티스 장관의 경고를 무시한 채 강경으로 치닫고, 중국은 중국대로 사드 배치를 이유로 한국에 대해 압박 강도를 높이면 한반도 긴장이 어떤 사태로 치다를지 상상하기조차 끔찍하다.
북핵은 남북한뿐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과 두루 관련된 복잡한 문제다. 신중하고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대통령 탄핵사태로 국가 리더십의 구심점이 흔들리고 있지만 긴장 완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고도의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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