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국회의 대정부 질문 출석 요구를 거부해 정치권 반발을 사고 있다. 황 대행은 2일 입장문을 통해 “국회 출석으로 장시간 자리를 비우면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즉시 대처하지 못하는 등 국정공백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출석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앞서 여야 4당은 10일부터 열리는 비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 황 대행 출석을 요구하기로 합의했다.
황 대행은 지난해 12월 임시국회 때도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정부 질문에 참석한 전례가 없고 위중한 상황”이라며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가 정치권의 강한 압박에 물러선 바 있다. 황 대행은 이번에도 국정공백 우려와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여 성향의 바른정당까지도 “민생이 파탄 지경에 이른 데 대해 국회에 나와 명명백백히 밝히는 것이 국민과 소통하는 진정한 권한대행”이라며 황 대행을 질타하고 나섰다.
황 대행의 국회 출석 거부는 명분이 약하다. 국무총리는 국회법에 따라 국회에 나와 질의에 답해야 한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권한대행을 맡았던 고건 전 총리의 경우 총선 기간과 겹쳐 국회에 나갈 기회가 아예 없었다. “전례가 없다”며 비교할 대상이 안 된다. 지금은 황 대행 표현대로 “위중한 상황”이다. 그럴수록 국회와 긴밀히 협조하는 것은 국정 안정을 위해 필수적이다. 그런데 황 대행은 요즘 하루 5개 일정을 소화하며 대선주자급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급 의전을 받아가며 요양시설, 스마트공장 등을 방문할 시간은 있어도 국회에 출석하면 시간을 빼앗겨 국정공백이 온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황 대행 입장에선 정치권의 국회 출석 요구를 여권 대선주자로 떠오른 자신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소 감정이 실린 듯한 정치권의 반발 또한 황 대행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황 대행은 국정 파탄을 책임져야 할 핵심 인사다. 대통령 직무정지 탓에 국정 관리 책무를 떠맡았을 뿐이다. 차기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 안정적인 대선 관리와 국정 운영에 매진하는 게 본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공정하게 대선을 관리해야 할 심판이 선수로도 뛸 수 있다는 애매한 태도를 보이니 정치권이 과잉 반응하는 것이다. 황 대행은 지금도 혼란스러운 대선 정국에 또 하나의 불확실성을 보태지 말고 당장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기 바란다. 그래야 국회도 더 이상 황 대행의 발목을 잡지 않고 국정 운영에 적극 협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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