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의료를 달린다] <하>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고령화로 만성질환 관리와 환자 삶의 질을 고려한 치료가 더욱 중요해졌다. 마침 올해 의학 키워드는 ‘정밀의료’다. 유전정보, 생활습관 등 다양한 환자 정보를 토대로 각자 몸에 꼭 맞는 치료를 제공하는 의료다. 100세 시대를 맞아 오래 건강하게 살게 해주는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를 알아본다. <편집자주>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은 8개의 전문센터를 둔 국내 최대 심장병원이다. 심장이식수술, 판막과 대동맥 수술, 부정맥 치료, 심장영상과 말초혈관질환까지 독보적인 치료경험을 갖고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심장혈관 스텐트 중재시술의 메카다.
서울아산병원 개원 때부터 지금까지 심장병원을 이끌고 있는 세계적인 심장 권위자 박승정 심장병원 심장내과 교수를 만났다. 박 교수는 1991년 협심증 환자에게 금속망을 넣어 심장혈관을 넓히는 ‘스텐트 시술’을 국내 최초로 성공했고, 2010년 심장판막질환에 스텐트 치료를 국내 첫 도입했다. 국내 ‘심장 치료의 혁명’을 이끈 주역이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얼마나 위험한가.
“심장의 대동맥판막은 온 몸에 혈액을 내뿜기 위해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열리고 닫힙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거나, 류마티스질환이 있거나, 선천적으로 석회화가 되면 대동맥판막이 잘 열리지 않고 혈액이 새면서 심장 기능이 떨어지죠.
북미와 유럽의 보고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의 30%에서 대동맥판막이 굳어지고(경화), 2% 정도가 붙는다(협착)고 합니다. 60세 이상에서는 10년이 지날 때마다 2배씩 더 많이 발병합니다. 또한 남성이고, 흡연자에다 고혈압까지 앓고 있다면 퇴행성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생길 위험이 더 높아지죠.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중증이라면 1년 이내 50% 정도 사망할 정도로 위험한 병입니다. 하지만 가슴을 여는 수술(개흉수술)을 통해 판막을 교체하는 수술을 하려고 해도 환자가 대부분 고령인데다 다른 질환까지 앓고 있어 치료가 어렵죠.”
-대동맥협착에 스텐트 치료가 세계적인 추세라는데.
“대동맥판막 스텐트 시술(TAVI)은 스텐트 안에 조직판막을 넣은 형태를 심장혈관 스텐트와 같은 방식으로 환자의 좁아진 대동맥판막에 삽입하는 시술입니다. 가슴을 절개해 판막을 교환하는 기존 개흉수술과 달리 대퇴부(넓적다리)에 있는 혈관을 따라 풍선을 심장판막까지 도달하게 한 다음, 좁아져 있는 판막 사이에 풍선을 넣어 부풀린 뒤 판막 역할을 하는 인공판막 스텐트를 대동맥판막에 고정하는 방식이죠.
심장을 열거나 판막 자체를 제거할 필요가 없는 가히 혁신적인 방식입니다. 시술 시간이 불과 30분밖에 되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개흉수술보다 환자의 체력 소모가 덜하고 수술 후 입원기간도 3일 정도 밖에 되지 않죠. 대동맥판막 스텐트 시술 후 심장초음파 등 정밀검사를 해보면 좁아졌던 판막 입구가 2배 이상 넓어지고 증상이 크게 좋아집니다.
우리나라 고령 환자는 수술을 꺼리는데 대동맥판막 스텐트 시술을 통해 고령 환자도 더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됐죠. 특히 최근 미국심장학회에서 수술 중등도 위험군 환자에서도 대동맥판막 스텐트 시술이 개흉수술에 버금가는 효과를 나타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고위험군 환자 외에도 중등도 환자도 스텐트 시술을 하는 게 좋다고 할 수 있죠. 국내에서는 우리 병원과 같이 보건복지부 승인을 받은 의료기관만 대동맥판막 스텐트 시술을 할 수 있고, 최근에는 이 시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환자부담이 20% 정도 줄었죠.”
-서울아산병원 스텐트 시술을 소개하자면.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은 2010년 3월 수술이 어려운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인공 판막 스텐트를 이용한 대동맥판막 스텐트 시술을 국내에서 첫 성공했습니다. 첫 시술한 조모(91)씨가 7년이 지난 지금도 건강합니다. 치료받지 않으면 1년 이내 50%정도 사망하는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희망이죠.
2015년 6월부터는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심장내과와 흉부외과가 ‘심장팀(heart team)’을 이뤄 통합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주석중 김준범(흉부외과) 교수와 박덕우 안정민(심장내과) 교수로 구성된 심장팀은 완벽한 조화를 보여주고 있죠. 통합 진료한 환자 150여명 가운데 70%는 대동맥판막 스텐트 시술을 시행했고, 11%는 가슴을 여는 수술이 대동맥판막 치환술(AVR)로 치료했고, 나머지 20%는 약물치료를 했습니다.
우리 병원에서는 환자상태에 따라 수면 마취로 진행되는 대동맥판막 스텐트 치료가 정해지면 첨단 영상장비와 수술장비를 모두 갖춘 하이브리드수술실(hybrid operating room)에서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의료진이 함께 스텐트 시술을 하죠. 흉부외과 의료진이 항상 대기하고 있어 혹시 생길지 모를 합병증에 대비해 바로 응급수술이 가능하죠.
또한 최신 인공 스텐트판막을 선도적으로 도입해 환자 개별 맞춤치료를 하고 있죠. 최근 기존 판막의 단점을 보완해 부작용은 줄이고 효과를 높인 제3세대 인공판막 스텐트를 국내 첫 도입했습니다.
학술 성과도 많이 내고 있습니다. 2010년 국내 처음으로 대동맥판막 스텐트 치료를 시작한 이래 2011년부터 ‘대동맥판막 스텐트 시술 국제 학술회의’를 다섯 번이나 단독 개최했고, 매년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 미국 등 의료선진국의 석학 300여 명이 매년 서울을 찾고 있죠. 미국심장학회지와 같은 유수의 학회지에도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대동맥판막 스텐트 시술 성공률은.
“지금까지 우리 병원에서 시술한 300건의 대동맥판막 스텐트 시술을 분석해보면 환자의 평균 나이가 78.4세였고, 시술 성공률은 96.3%입니다. 특히 지난해 시술 성공률은 98%로 크게 좋아졌고, 최근에는 의료진의 숙련도와 스텐트 기구의 발전으로 100% 가까운 성공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성공률은 개별적이고 정밀한 검증을 통해 환자 중심의 효과적인 치료방향을 결정하는 심장내과와 흉부외과로 이뤄진 심장팀의 완벽한 협진 팀웍 때문이죠.”
-환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대동맥판막협착증은 급속한 고령화 사회가 된 우리나라에서 크게 늘고 있는 질환입니다. 환자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법이 있기에 고령이고 다른 질환을 앓고 있다고 해서 치료를 포기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치료법을 논의할 것을 권합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