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줄 막히고 AI 추가 전파 우려
공무원들은 연휴 반납하고 방역
“설 명절이라고 달갑지가 않아요.”
국내 최대 규모의 닭 산지인 경기 포천에서 육계(식육용 닭)농가를 운영하는 김모(55)씨는 설 연휴가 힘겹기만 하다. 조류인플루엔자(AI)의 여파로 몇 달째 돈 줄이 막혀 설 명절 비용을 대는 것도 부담스러워진 탓이다. 그는 “AI파동 이후 닭고기 산지 값이 30% 이상 떨어져 몇 달째 손해를 보고 있다”며 “연휴기간 농장에 AI가 옮을까 봐 아예 바깥출입을 하지 못했다”고 한숨지었다.
사상 최악의 피해를 낸 AI 여파로 양계농가들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든 명절을 보내고 있다. 민족 대이동이 벌어지면서 주춤하던 AI 전파 가능성이 높아지자 방역에 신경을 더 쓰고 있다. 여기에 AI 이동제한조치가 길어져 계란 출하가 지연되고 닭고기 소비위축으로 육계 산지 값도 떨어져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것도 설 연휴가 반갑지 않은 이유이다.
애지중지 키우던 닭 등을 이미 살처분한 농가들도 몇 달째 벌이도 없는 데다 농장에 들일 병아리 값까지 폭등하는 등 입식 여건이 나빠져 수심이 가득하다.
29일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AI이전인 지난해 11월 1,100원이던 육계용 병아리 값이 최근 두 배로 치솟았다. 산란계 병아리 값도 40% 넘게 올랐다. 전국적인 살처분으로 병아리 수요가 늘고 산란계 어미인 산란종계의 피해도 심각해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다.
하병훈(69) 포천시양계협회 회장은 “이번에는 피해가 워낙 커 병아리 값이 폭등했고, 정부가 파동 이전 시세로 살처분 보상금을 지급해 농가들이 재기하는데 막막해한다”고 말했다.
AI방역 공무원들도 설 연휴가 고달프기는 마찬가지이다. 모처럼의 연휴지만, 비상근무 탓에 휴식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오히려 AI전파 우려가 커지고, 자칫 방역활동도 해이해질 수 있어 신경을 더 곤두세우고 있다.
송진영 양주시 축산경영팀장은 “방역공무원 대부분이 명절 차례만 잠깐 지내고 서둘러 현장으로 북귀했다”며 “연휴 기간 오히려 추가 전파 우려가 커 방역의 고삐를 더 죄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연휴 기간 비상 대책반을 가동 중이다. 611명의 방역요원을 투입, 17개 시군 내 AI 통제초소 50곳과 거점소독시설 42곳에서 방역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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