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방만 경영 막아야”
노조 “지나친 간섭” 반발
금융위 “통상 마찰 우려”
산업-기업銀 등 불과 수년 새
지정→해제→지정→강화 반복’
산업ㆍ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정부의 보다 강한 감독을 받는 공공기관으로 재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두고 최근 금융권이 시끄럽다. “대우조선 사태 같은 방만경영을 막겠다”는 기획재정부의 압박에, “지나친 간섭”이라 반발하는 노조는 물론 같은 정부부처인 금융위원회조차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공방을 벌이는 양측 모두에 조직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이는 가운데, 불과 수년 새 ‘지정→해제→지정→강화’를 반복하는 정부 정책 역시 문제의 본질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1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이달 말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고 현재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는 산은과 기은, 수출입은행을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재부는 매년 1월 말 정부가 관리할 공공기관을 지정하는데, 요건에 따라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한다. 그간 산은과 기은, 수은은 기재부의 직접 감독 대신 금융위의 비교적 느슨한 관리를 받는 기타공공기관이었다.
기재부는 지난해 조선ㆍ해운업 부실화 과정에서 국책은행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등 방만경영이 심했던 점을 이번 재조정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의 공공기관 내 등급을 재조정해 앞으로는 조직 운영과 경영 평가 등을 모두 기재부가 직접 챙기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기재부와 금융당국 ‘두 시어머니’를 모셔야 할 국책은행은 노조를 중심으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은 노조는 “정부가 관리감독권을 통해 자기 사람 앉힐 자리를 만들고자 하는 악질적인 핑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간 이들을 감독하던 금융위 역시 불편한 기색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산은 등이 공기업에 지정되면, 자금 출자 때마다 받게 돼 있는 기재부 승인이 정부 개입으로 비춰져 자칫 국제적인 통상 이슈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런 갈등을 보며 불과 몇 년 전 겪었던 혼란을 떠올리는 시각이 적지 않다. 원래 공공기관이었던 산은은 이명박정부 시절이던 2012년 초 민영화 추진 명분 속에 기타공공기관에서 해제됐고 기은 역시 ‘덩달아’ 해제되며 정부의 감시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출범으로 민영화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이들은 2014년 다시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고 이번엔 방만경영 비난 속에 다시 공기업 내 등급 재조정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부가 중장기적 정책 목표와 철학을 토대로 공공기관의 관리감독 기조를 정하기 보다, 그때그때의 여론이나 비난에 지나치게 휘둘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대증요법식’ 대응이 성과급 감소 등을 우려한 노조의 조직 이기주의를 부추긴다는 시선도 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부실했던 조선ㆍ해운 구조조정과 국책은행의 방만경영은 서별관회의 같은 불투명하고 무책임한 청와대 개입의 결과인데, 이런 구조는 그대로 두고 관리감독 소재에만 책임을 돌리는 셈”이라며 “이번 공기업 재지정 갈등은 결국 정부와 노조의 밥그릇 싸움, 조직 이기주의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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