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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 칼럼] 킨들버거 함정

입력
2017.01.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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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대 중국 정책을 준비할 때 역사가 자신에게 쳐놓은 두 개의 중요한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언급한 ‘투키디데스 함정’은 고대 그리스 역사가가 했던 경고를 말하는데, (미국 같은) 기존 패권국가가 (중국 같은) 떠오르는 파워 국가를 지나치게 두려워할 때 격변의 전쟁이 터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이 너무 강하기보다는 너무 약해 보여서 생기는 ‘킨들버거 함정’에 대해서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마셜 플랜의 지적 설계자이자 후에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도 가르쳤던 찰스 킨들버거는 1930년대 재난적 시대의 원인을 이렇게 주장했다. 세계 최강의 글로벌 파워의 자리를 놓고 미국이 영국을 대체했으나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하는 역할에서는 영국의 역할을 떠맡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글로벌 시스템이 붕괴되고 불황, 대학살, 그리고 세계전쟁으로 이어졌다. 오늘날, 중국이 힘이 커지는 것에 맞춰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국내정치에서는 정부가 치안이나 깨끗한 환경 같은 공공재를 만들어낸다. 모든 시민이 그 혜택을 받고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안정적인 기후, 재정안정성, 해양의 자유 같은 공공재는 강력한 국가들의 연대에 의해 제공된다.

작은 나라들은 글로벌 공공재에 돈을 지불하고자 하는 의지가 거의 없다. 그들이 하는 보잘것없는 기부로는 자신들이 혜택을 받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무임승차가 더 합리적이다. 그러나 큰 나라들은 자신들이 하는 기부의 효과와 혜택을 보고 느끼기 때문에 큰 나라들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이성적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글로벌 공공재는 저생산된다. 영국이 1차대전 이후 그런 역할을 하기에 너무 약해졌을 때도 고립주의의 미국은 여전히 무임승차를 고집했고, 결과는 재앙적이었다.

중국의 힘이 커질수록 중국은 자신이 만들지 않은 국제질서에 공헌하기보다는 무임승차를 택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복합적이다. 중국은 유엔안보리의 거부권을 갖는 등 유엔 시스템에서 혜택을 받아왔다. 지금은 유엔 평화유지군에 대한 두 번째 큰 자금 공여국이자, 에볼라나 기후변화와 관련된 유엔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중국은 또 세계무역기구(WTO),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다국적 경제시스템에서 큰 혜택을 받고 있다. 중국이 2015년 출범시킨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세계은행의 대체재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지금은 국제질서를 유지하면서 세계은행과 협조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의 중국의 패소는 골치 아픈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국의 행동은 자신이 혜택받은 자유세계 질서를 전복하려 하지 않고, 그 안에서 영향력을 키우려 한다. 만약 트럼프의 대중정책에 의해 제약을 받고 고립된다면 중국이 분열적인 무임승차국이 돼 세계를 킨들버거 함정에 몰아넣지나 않을까.

트럼프는 잘 알려진 투키디데스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 중국은 너무 약하기보다는 너무 강해 보인다. 이런 함정이 불가피한 것은 전혀 아니다. 과장된 것도 많다.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1500년 이래 기존 패권국가가 신흥패권국과 대치했던 16개 사건 중 12개에서 대규모 전쟁이 발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부정확하다. ‘사건’을 형성하는 것이 무엇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영국은 19세기 중반 지배적인 파워국가였지만, 유럽대륙 한 가운데에 프러시아를 주축으로 하는 강력한 신흥 독일제국이 형성되도록 했다. 영국은 반세기 후인 1914년 독일과 전쟁을 치렀지만, 이것도 그런 사건의 한 두 가지 예로 쳐야 할까.

1차대전은 단순히 떠오르는 독일에 기존 패권국인 영국이 맞서 싸운 전쟁이 아니다. 독일의 부상에 더해서, 고대 그리스에서 갈라진 수많은 다른 요인뿐 아니라 러시아의 점증하는 힘에 대한 독일의 공포, 쇠퇴하는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슬라브 민족주의의 발호 등이 원인이다.

현재에 유추해보면, 미국과 중국 사이의 힘의 격차는 1914년 독일과 영국 사이의 격차보다 훨씬 크다. 일반적으로 조심한다는 차원에서 은유적으로는 유용하나 냉혹한 역사적 의미를 전달하기에는 위험성이 크다.

고대 그리스의 사건은 투키디데스가 그럴듯하게 만든 것과는 달리 그렇게 명확하지 않다. 그는 아테네의 부상, 그리고 이것이 스파르타에 불러 일으킨 공포가 2차 펠레폰네소스 전쟁의 원인이라고 주장했지만, 예일대 역사가 도널드 케이건은 아테네의 힘은 실제로 증가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BC 431년 전쟁이 터지기 전 힘의 균형은 안정적이었다. 전쟁은 해볼 만하다고 스파르타가 생각하게 만든 게 아테네의 정책적 실수다.

아테네의 성장은 한 세기 전 1차 펠레폰네소스 전쟁의 원인이 됐다. 이후 30년 간의 휴전으로 불씨는 잦아들었다. 두 번째 재난적인 전쟁이 일어나려면 나쁜 정책적 선택에 의해 끊임없이 야기되는 불씨가 필요하다고 케이건은 주장했다. 다시 말해 전쟁은 비인간적 요소가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서의 나쁜 결정에 의해 발발한다.

트럼프가 중국을 맞닥뜨릴 때의 위험은 바로 이것이다. 그는 중국이 너무 약한 것과 너무 강한 것 모두를 동시에 걱정해야 한다. 트럼프가 목적을 달성하려면 투키디데스 함정뿐 아니라 킨들버거 함정을 모두 피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는 인류 역사를 참혹하게 만든 계산착오, 오해, 성급한 판단을 하지 않아야 한다.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ㆍ국제정치학

번역=황유석 논설위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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