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3년 연속 2%대 성장 유력
“대외 여건 급변 땐 1%대 가능성도”
‘2015년 2.6%, 2016년 2.7%, 2017년 2.5%.’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3%포인트 낮춘 2.5%로 수정했다. 주요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이미 2%대 초반의 ‘잿빛 전망’을 내 놓은 데 이어 정부(3.0%→2.6%)와 한은마저 이러한 흐름에 합류하면서 사상 최초의 3년 연속 2%대 성장이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확대되는 국내ㆍ외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장담하기 힘들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한은은 13일 ‘2017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2.8%)보다 0.3%포인트 내린 2.5%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월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3.2%)와 비교하면 1년 만에 0.7%포인트나 낮아진 것이다. 이는 또 2012년(2.3%)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 전망이다. 다만 한은은 올해 상반기(2.4%) 이후 경기가 다소 나아지면서 하반기 2.6%, 내년에는 2.8%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달러화 강세, 보호무역주의 우려, 금리인상 등 급속히 바뀐 대외환경과 경제 외적인 국내 문제로 인한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 등을 반영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민간소비 위축이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내렸다. 이 총재는 “민간소비가 생각보다 둔화한 게 이번 하향조정의 주요 원인”이라며 “높아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기업 구조조정, 이로 인한 고용 문제가 종합적으로 작용해 소비심리를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1.9%)도 지난해 10월 전망치(2.2%)보다 0.3%포인트 낮췄다. 지난해 연간 민간소비 증가율(2.4%)과 비교해도 하락 폭이 두드러진다. 가계 소득 증가 부진,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 확대 등도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한은은 고용ㆍ건설 부문에서도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올해 취업자 수는 지난해보다 4만명 적은 26만명, 실업률은 지난해(3.7%)보다 0.2%포인트 높아진 3.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경기를 이끌어 온 건설투자 전망치(4.3%)는 기존(4.1%ㆍ지난해 10월)보다 0.2%포인트 높아졌지만 지난해(10.9%)와 비교하면 반토막으로 줄었다. 경상수지 역시 지난해 985억 달러에서 올해 810억 달러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대로라면 한국 경제는 2015년 2.6%, 지난해 2.7%(한은 추정치)에 이어 3년 연속 2%대 성장에 머무르는 것이 된다. 이런 저성장은 처음이다. 한국 경제 성장률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마이너스(-5.7%)을 찍은 뒤 이듬해엔 10.7%로 급등했다.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와 유럽발 재정위기 직후인 2012~2013년에도 2년 연속 3% 이하 성장률을 기록한 적은 있지만 3년 연속은 없었다.
한은이 경기 하방 요인으로 꼽은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한 세계교역 침체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의 부채 상환 부담 가중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소비ㆍ투자심리 침체 등이 미칠 여파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은 향후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는 부분이다. 시장금리 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미국의 기준금리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 최대 4차례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대 중반은 물론 2% 턱걸이도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이미 현대경제연구원(2.3%) LG경제연구원(2.2%) 한국경제연구원(2.1%)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한계가구와 기업의 재무건전성 악화 등 우리 경제의 위기대응 능력도 점차 약해지고 있다”며 “대외여건이 급변할 경우 경제성장률이 1%대로 낮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기활력을 낮추는 구조적 요인에 대해 과감히 칼을 대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고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개선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장도 “실업급여의 보장성을 확대해 구조조정 등으로 해고되더라도 가계가 무너지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커지는 대내외 불확실성 우려에 기준금리(1.25%)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지난해 6월 금리인하(1.50%→1.25%) 이후 7개월 연속 금리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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