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이 10일 헌법재판소에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 답변서를 제출했다. 국회가 헌법 10조에 규정된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을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의 하나로 제시한 만큼 이번 답변은 헌재의 탄핵 여부 판단에 중요한 잣대가 된다. 하지만 “사고 수습에 적극적 노력을 했다”는 박 대통령 측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박 대통령 측이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는 15장 분량이지만 내용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대리인단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처음 인지한 것은 오전 10시께 국가안보실 보고라고 밝혔다. 헌재도 이날 변론에서 지적했듯이 참사 당일 오전 9시 직후에 TV 등을 통해 사고가 보도됐는데 왜 한 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첫 보고를 받았는지에 대한 해명이 없다. 지난 5일 변론에서 헬스트레이너인 청와대 윤전추 행정관이“당일 아침 관저에서 비공식 업무를 수행했다”고 밝힌 것과 무관치 않을 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날 오후 2시50분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을 지시하고도 도착하는 데 두 시간 이상 걸린 경위에 대해서도 “경호상 기밀이라 얘기할 수 없다”며 빠져나갔다. 불리한 부분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은폐하고 있으니 헌재로부터 “답변서가 요구에 못 미친다”는 질책을 받는 게 당연하다.
박 대통령 측은 대면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참사 당일 오전과 오후 안봉근ㆍ정호성 비서관의 대면보고를 받았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시간과 내용은 적시하지 않았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오전에 두 차례 통화했다고 했지만 통화기록도 제시하지 않았다. 수십 차례 보고를 받고 지시를 했다고 장황히 나열했지만 정작 핵심 당사자로부터 어떤 내용의 보고를 받고,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참사 당일 관저 근무의 정당성을 강조한 것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 박 대통령 측은 “청와대는 24시간 재택근무 체제이며,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도 관저 집무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과 전후나 휴일 등에 관저에서 집무했던 대통령들과 평일 낮에도 관저에 자주 머문 박 대통령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더구나 세월호 참사와 같은 1분1초가 아까운 그 절박한 순간에 재택근무를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세월호 답변서를 통해 박 대통령은 최고결정권자로서 국민 생명 보호의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수많은 어린 생명을 구하지 못한 자책 대신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행태가 뻔뻔스럽다. 그날의 행적은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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