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엔 줬으니 소녀상 철거하고 위안부 기억에서 지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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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엔 줬으니 소녀상 철거하고 위안부 기억에서 지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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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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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노골적인 적반하장

아베 신조(安倍晋三, 사진) 일본 총리는 지난 6일 부산의 일본총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된 것과 관련,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한일 정부간 합의를 역행하는 것은 건설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도쿄 AFP=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를 빌미로 8일 “일본은 10억엔을 냈으니 한국측이 소녀상 철거에 성의를 다하라”며 우리 정부를 강력히 압박하고 나섰다. 이는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에 포함되지 않은 소녀상 철거를 공식 요구하면서 마치 한국 정부가 10억엔 지원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는 발언으로 향후 한일 양국 관계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방송된 NHK 프로그램 ‘일요토론’에 출연해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문제로 위안부 합의가 흔들리고 있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위안부 합의가 성립했다.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을 서로 확인했다”고 못 박았다. 이어 아베 총리는 “일본은 (10억엔을 지원하며) 의무를 다하고 있으니 한국도 (합의 후속조치를)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는 거듭해 “한국 측이 제대로 성의를 보여야 한다”라며 10억엔의 대가로서 소녀상이 철거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진행자가 서울의 일본 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인지 묻자 아베는 “(한국 측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답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한국은 (한일 합의를) 정권이 바뀌어도 실행해야 한다. 국가 신용의 문제다”고 강조하며 한국의 차기 정권 ‘길들이기’에도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가결로 사실상 식물상태인 한국 정부 상황과 이에 따른 정치리더십 공백기를 이용해 ‘한국이 정부간 외교 약속마저 깨는 몰상식한 나라’라는 식의 국제적 비난 여론에 공을 들이는 행태이다. 특히 위안부 합의에서 거론된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을 내세워 위안부 만행 자체를 한국인이나 국제사회의 기억에서 지우려는 무리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아베 총리의 방송에 이어 일본 외무성은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 일본총영사를 오는 9일 일시 귀국시킨다고 공식 발표하는 등 강경조치를 이어갔다. 아베 정부의 조치에 대해 일본외교 전문가인 박정진 쓰다주쿠대 교수는 “위안부 합의에서 ‘한국정부가 소녀상 문제의 적절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는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이것을 전제로 10억엔을 지원한다는 합의는 없었다”며 “현지 지자체를 통해 한차례 철거된 바가 있는데다 한국측이 섣불리 대응하면 독도문제처럼 소녀상 철거를 이슈화시키는 데 오히려 도움을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의 발언에 여야 정치권은 일제히 성토에 나섰다. 새누리당 김성원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집권과 총리직을 위해 한일관계 현안까지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보여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박근혜 정부의 무능외교, 굴욕외교가 일본의 후안무치한 보복을 불렀다"면서 합의 교섭문서를 공개하고, 합의를 원천 무효로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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