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트럭 제조업체 슈미츠카고불은 생산한 차량에 센서를 부착해 현재 차량의 위치와 운행 상태, 차에 실은 화물의 무게와 온도 등을 실시간 취합한다. 모은 정보를 가공ㆍ분석한 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고객인 트럭ㆍ트레일러 운송업자들에게 제공한다. 차량의 어떤 부분을 언제 점검하고, 정비해야 하는 지 일정 등을 미리 알려준다. 이렇게 하면 트럭이 운행 중 고장으로 멈춰 서는 위험을 줄일 수 있고, 차량의 불량률도 감소시킬 수 있다. 이런 서비스로 슈미츠카고불은 트럭의 주 고객인 운송업자들의 만족도와 제품 충성도를 높였다. 이전까지 트럭을 판매하는 사업만 벌였던 이 회사는 트럭 운영ㆍ관리 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유럽에서 판매되는 냉동 트레일러 2대 중 1대는 슈미츠카고불 제품이다.
세계 최대 농기계 제조 업체인 미국의 ‘존 디어’가 생산한 트랙터에는 기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감지하는 센서가 달려 있다. 언제 정비를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서비스는 기본이다. 날씨와 토양 등에 대한 데이터도 수집해 종합적인 농장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작물의 종류와 토양 상태에 따라 씨앗을 심는 간격과 깊이, 씨앗의 양 등도 조절할 수 있게 했다. 존 디어는 정보기술(IT) 기업과 자동차 업체들이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훨씬 전인 2002년 이미 무인 트랙터를 개발해 출시했다. 농기계 수요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지만 이 회사는 매년 농부들이 관리해야 하는 데이터를 업데이트해 제공하는 것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이미 수 많은 제조업체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제품을 혁신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생산 라인의 효율화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미국의 조사기관 KRC리서치가 전 세계 주요 제조기업 200곳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빅데이터가 생산 시스템의 고장과 장애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0%에 달했다. CEO들은 안전 사고 발생을 감소(55%)시키고, 제품의 불량 문제를 해결(46%)하는 데에 빅데이터를 활용했다.
글로벌 제조기업 CEO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얻을 수 있는 장점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실시간 의사결정 구조 확보(63%), 불필요한 자원 낭비 방지(57%) 등을 꼽았다. 특히 빅데이터로 공급망을 관리하게 되면서 매출액이 증가했다고 답한 CEO는 76%나 됐다. 원자재가 제품으로 생산돼 소비자의 손에 도달하는 조달ㆍ제조ㆍ배송ㆍ반품 과정을 빅 데이터를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경우 비용이 줄어들게 된다. 대표적인 기업이 스페인의 패션 브랜드인 ‘자라’다. 자라는 무선식별(RFID) 시스템을 활용해 생산 공장부터 매장까지 전 과정을 모니터링한다. 의류 제품의 판매와 재고 상황은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어떤 제품을 생산해 언제 어떻게 유통시킬지를 결정하는 데에 이 정보들이 즉시 반영된다. 이를 통해 자라는 생산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의 심리가 반영된 새로운 상품으로 매출을 높이고 있다.
실제 미국 포커스그룹은 제조업체들이 빅데이터를 분석 활용할 경우 원재료 소비율을 4% 절감할 수 있고, 생산능력은 20% 가량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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