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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 ‘안티 새누리’ 급증… 이번엔 野로 기울어진 운동장 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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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 ‘안티 새누리’ 급증… 이번엔 野로 기울어진 운동장 구도

입력
2016.12.3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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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회 정한울 교수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회 정한울 교수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선거 때면 언론사들에서 대선을 좌우할 주인공 뽑기로 독자의 눈을 끌려고 한다. 2012년 대선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가치에서 벗어나 새 정치를 기대하는 소위 스마트 중도층(Swing, Moderate, Ambivalent, Responsive, Tricky voters)이 안철수 돌풍을 일으켰지만, 급증하고 있던 5060 그레이 보터(gray voter)들은 최종승자로 박근혜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특정 계층, 특정 세대가 선거의 향방을 가늠하는 변수로 떠오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2016년 총선과 연이은 ‘최순실 게이트- 박근혜 탄핵’ 촛불 국면은 기존의 세대와 지역 등 기존의 대결구도를 떠받치던 전통적인 정당 지지기반에 균열을 가져왔다. 어느 하나의 키 플레이어에 주목할 수 있는 국면이 아니라 진보, 중도, 보수 각 진영에서 벌어지는 각각의 변화들이 총체적으로 대선구도의 판에 영향을 미치는 국면이다.

지역정당 체제의 분화, 영호남 패권 약화, PK 삼국지 주목해야

‘대구경북-민정당, 부산경남-민주당, 호남-평민당, 충청-공화당’ 등 지역의 표심을 독점하는 지역정당들이 1990년 3당 통합을 통해 정당재편을 이룬 후 영남은 새누리당 계열의 보수정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왔고, 호남은 현 민주당 계열의 정당들에 몰표를 보내주었다.

호남 대 영남의 지역대결 구도를 기반으로 한 정당경쟁 체제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첫째, 정당 지지연합의 이완(dealignment) 현상은 10월부터 시작된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새누리당의 지지층이 붕괴되면서 시작되었다. 2월 달만 하더라도 38.3%로 4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했던 새누리당은 지난 국회 탄핵가결 직후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에서 10.5%로 거의 4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되었다. 정당정치 대신 촛불과 광장의 정치가 정국을 주도하면서 무당파가 46.9%로 치솟았다. 새누리당 지지층의 붕괴는 역시 2월 조사에서 48.3%의 과반지지를 받았던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진영이 당의 미래보다 자신들의 주도권을 우선하며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정치적 탄핵을, 불과 8개월 후 대통령이 실제 탄핵의 대상으로 전락한 결과이다. 2월 조사에서 48.3%에 달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마지막 직무 시점인 12월 9ㆍ10일 한국일보 조사에서 7.9%로 막을 내렸다.

영호남 지역 대결구도 흔들

새누리당 지지층 이탈 뚜렷

TK에선 향후 회복되더라도

PK에선 민주·신당과 삼국지

호남서도 2野로 분산된 형국

또한 한국 정당정치를 좌우해온 지역패권정당의 약화현상이 두드러진다. 그 첫 신호탄은 호남에서 먼저 쏘았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분열하면서 호남에서 표의 분산이 일어났다. 국민의당이 전승을 하며 호남지역 맹주로 떠오르는가 했지만, 호남 민심이 다시 갈라지면서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우위의 경쟁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영남지역에선 새누리당 지지 이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보수정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영남 지역 민심이 전체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지역에서의 새누리당 지지 복원력에는 차이를 보였다. 4월 총선 패배과정에서 양 지역 공히 지지율이 30%대까지 떨어졌지만 TK지역은 6월 한국일보 창간조사에서는 46.8%까지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PK지역에서는 34.0%에 머물고 있었다. PK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총선을 거치면서 20% 중후반대까지 상승한 후 새누리당 지지율 변동과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이탈이 아님을 시사한다. 분당 이후 새누리당과 보수신당이 전열을 정비할 경우 TK지역은 지지층 복원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 보이지만, PK지역은 새누리당, 더민주당, 보수신당간 3당 각축지역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세대구도 변화… 40대 안티새누리 성향, 5060 무당파화

2016년은 세대분석에서 금과옥조처럼 여겨졌던 ‘기울어진 운동장’론이 무너진 한 해였다. 2012년 안철수 돌풍과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위기에 처했던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었던 데에는 10년 전에 비해 570만 표나 늘어난 5060세대의 압도적인 지지 때문이다. 급격한 고령사회로의 진입에 따른 고령층의 증가는 보수의 장기집권을 예약하는 듯했다.

우선, 5060세대의 이탈과 분화로부터 시작되었다. 5060 그레이보터들도 4.13 총선에서 보여준 새누리당의 막장 공천에 1차 옐로우 카드를 들었고, 최순실의 유례없는 국정농단, 대통령의 비겁한 대응과 무책임한 여당에 레드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국일보 2월 조사에서 60대 이상에서 64.2%, 50대에서 53.2%가 새누리당 지지를 표명했지만 4.13 총선에서 각각 53.2%, 31.7%까지 떨어졌다. 반기문 총장의 지지율 상승과 함께 당 지지율도 회복세를 보였지만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정국에서 60대에서는 20.2%, 50대에서 16.2%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무당파층의 세대구성도 바꾸어 놓았다. 과거에는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파층의 다수는 2030세대였다. 실제로 2월 조사만 보더라도 20대의 54.3%, 30대의 39.0%가 지지정당이 없다고 밝혔다. 5060세대의 무당파 비율을 23%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탄핵 직후 조사에서 60대의 54.0%, 50대의 49.8%, 40대의 49.7%가 무당파로 분류되었다. 물론 보수정당들이 당 정비를 마치고 선거전에 돌입하면 이들 중 상당수는 예전 지지로 돌아갈 수 있다. TK 지역이 총선 직후 상당수가 기존 지지율을 회복했던 것처럼 60대는 총선 패배 후 2개월도 안되어 지지율 복원이 이루어진 바 있다. 그러나 50대의 새누리당 지지율 변동 궤적은 60대와 달리 쉽게 회복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40대는 총선과정을 거치면서 2030세대와 비슷한 안티 새누리당 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5060세대가 증가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세력균형이 무너지지 않은 것은 그만큼 40대 층은 반대로 안티 새누리, 야당 지지성향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50대(1958-67년생)의 코호트 효과

세대이론에서는 젊어서의 정치적 성향이 나이들어서도 유지된다는 입장을 ‘코호트 효과이론(cohort effect)’과 나이 들면서 보수화된다는 연령효과 이론(aging effect)이 경쟁해왔다. 주목할 점은 2017년 대선에 50대가 되는 1958~67년 출생자 전후로 상반된 효과가 확인된다는 것이다. 1957년생 이전 출생 세대에서는 지난 세 번의 대선과정에서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 경향이 뚜렷했다. 갈수록 보수후보 지지로 쏠리는 경향이 나타나며, 2012년 대선에서는 43~67% 포인트 이상 박근혜 후보 지지가 많았다. 반면 내년 2040 세대로 분류되는 1968년 이후 출생 세대에서는 2007년 17대 대선을 예외로 보면, 16대 대선과 18대 대선에서 20~45%포인트 이상 진보후보를 일관되게 더 지지했다. 주목할 세대는 역시 19대 대선에서 50대가 되는 1958년-1967년생 집단이다. 이들은 젊은 세대들에 비해 나이 들면서 보수 후보 지지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이전 고령세대에 비해서는 보수화의 속도가 매우 더디다.

여당에 옐로카드 보낸 5060

촛불이후 상당수 무당파 이동

60대 이상 ‘보수’ 재결집해도

50대는 쉽게 복원되기 어려워

2030은 선거 관심 갈수록 늘어

이들은 과거 냉전보수주의의 영향이 적을 뿐 아니라 젊어서 노무현 후보를 찍었던 경험을 가진 경험이 절반을 넘는다. 현재 저출산, 고령화 추세 속에서 자녀교육과 부모 부양이라는 이중의 압박과 자신의 노후준비에는 무방비인 3중고 세대이다. 2017년의 50대는 젊어서의 투표성향도 진보성향이 일방적인 보수세대가 아닐뿐더러(코호트 효과), 생애주기 상으로도 보수화되기에는 삶의 부담이 큰 세대다. 현재 추세로는 총선과 탄핵과정에서 이탈한 50대의 복원이 쉽지 않아 보이는 대목이다. 실제로 한국일보 12월 9ㆍ10일 탄핵 가결 이후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출당, 새누리당 해체에 준하는 당 혁신을 추진할 경우 새누리당을 지지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2017년 기준 50대인 1958~67년 생 전후 뚜렷한 온도차이를 보여준다. 2040인 1968년 이후 출생자들 중에서는 11.4%만이, 60대 이상이 되는 1957년 이전 출생자들 중에서는 33.5%가 새누리당 혁신 시 지지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1958~67년생에서는 26.6%로 나타났다. 젊은 세대에 비해서는 지지 복원 가능성이 높지만 지지의향이 3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새누리당에 대한 불신이 상당 수준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30 투표율 상승과 젠더투표에 주목해야

2017년 대선 판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또 다른 변수 중의 하나는 역시 최근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는 젊은 세대의 투표율 상승 변수이다. 이미 한국일보는 보도를 통해 차기 대선 투표율의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선거관심도 조사결과에서 야당 성향이 강한 2040세대의 선거관심도가 보수성향이 강한 5060세대의 선거관심도를 능가하고 있음을 근거로 이들 세대의 투표율 상승을 예고한 바 있다(“‘내 투표로 바꿔보자’ 내년 대선 2040세대가 좌우한다” 본보 12월 21일 1면). 지난 대선에서의 세대별 투표율 변화추이도 이를 뒷받침한다. 17대 대선에서 20대는 47.2%, 30대는 55.1%, 40대는 66.3%의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50대에서는 76.6%, 60대 이상에서 76.3%였다. 5년 후인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2030세대의 투표율 상승이 두드러졌다. 20대는 69.0%, 30대는 70.0%로 5년 전에 비해 각각 21.8%p, 14.9%p나 상승했다. 2016년도 20대 총선에서도 2030세대의 투표율 상승이 다른 세대에 비해 두드러졌다. 5060세대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여소야대가 가능했던 원동력이었다.

2030세대의 투표율 상승을 이끄는 젠더 투표에 주목해야 한다. 17대 대선까지는 30대를 제외하면 모든 세대에서 여성투표율이 남성투표에 못 미치거나 비슷한 수준에 불과했다. 18대 대선에서는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여성투표율이 남성투표율을 능가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남녀 투표율의 차이가 크지는 않지만, 추이로 보면 여성들의 투표율 상승 폭이 크다. 그 중에서도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20대 여성의 투표율 상승이 두드러졌다. 여성 투표율이 남성투표율을 능가하는 20대 후반과 달리 20대 전반의 여성은 그동안 20대 전반기 남성에 비해 크게 미치지 못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20대 전반 남성 투표율은 52.6%였지만, 여성 투표율은 39.0%에 그쳤다. 그러나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20대 전반기 그룹에서 남성 56.4%, 여성 54.2%로 대등한 수준에 올라섰다. 여성은 ‘정치에 소극적이다’라는 통설도 다음 대선에서는 완전히 빗나갈 가능성이 크다.

대선은 결정 났나?

전체적으로 한국 유권자들의 투표성향을 좌우해온 세대와 지역요인에서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세대와 지역균열이 강하게 작용할 때 특정 집단의 변화가 전체 변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키 플레이어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그러나 2016년 총선과 탄핵 정국은 보수층의 균열, 중간층의 안티새누리 성향 강화, 진보층의 투표결집이라는 종합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각 부분의 변화는 종합적으로 안티 새누리라는 일관된 방향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2002년, 2012년과 달리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난 2007년 대선의 반사된 그림이 그려진다. 2017년판 안티새누리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만들어진 셈이다.

마지막엔 누가 웃을지 안개

문재인ㆍ반기문 등 대선 주자

압도적인 키플레이어는 없어

보수ㆍ중도ㆍ진보 각 진영별

이합집산에 따라 승패 갈릴듯

그렇다면 2017년 대선은 끝난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2007년 대선에서 형성된 참여정부 심판론이 표로 전환될 수 있었던 것은 과반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분점했던 이명박, 박근혜라는 대선주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문재인 대표는 2007년 당시 두 후보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반기문 총장과 이재명 시장에 쫓기는 형국이다. 탄핵 정국으로 큰 상처를 입었지만, 반기문 총장 변수는 아직 살아있으며, 야권은 분열되어 있다. 아직 2017년 대선의 향방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이러한 변수들은 새누리당, 분당한 보수신당의 철저한 자성과 혁신의 노력이 전제되었을 때 현실화될 수 있다. 책임회피와 정치공학적 개헌논의나 정당 이합집산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수준으로는 역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되돌리기 버거워 보인다.

정한울 객원기자(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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