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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감동 에필로그, 담당 PD가 래퍼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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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감동 에필로그, 담당 PD가 래퍼였네

입력
2016.12.3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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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24일 방송에 담긴 에필로그 영상. SBS 방송 캡처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24일 방송에 담긴 에필로그 영상. SBS 방송 캡처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올해의 마지막 방송인 24일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편에서 아주 특별한 에필로그를 선보였다. 촛불집회의 인상적인 순간들을 노래와 함께 담아낸 3분 48초짜리 영상으로, 한 편의 뮤직비디오 같았다. 노래 제목은 ‘우리가 함께하는 이유’. 늘 심각하고 진지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듣게 될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신나는 분위기의 힙합곡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영상이 나오기 전 진행자 김상중의 클로징 멘트도 무척이나 달콤했다. “시청자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

랩 가사에는 어둠을 밝힌 촛불의 소망을 담았다. “불타는 토요일엔 촛불 건배 / 아직 남은 우리 미래를 위해 (중략) / 초를 쥐고 시린 손을 마주 잡았지 / 작은 촛불들이 우릴 따스히 감싸 안았지”라고 노래한다.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한 가사들도 귀에 쏙쏙 박힌다. 아빠 어깨에 목말을 탄 아이의 모습에 “우린 승마보다 목마”라는 가사가 절묘하게 호응하고,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겐 “기억력이 나쁜 어느 할아버지”라고 꼬집는다. 어린이 합창단이 부른 후렴구 “어둠으로부터 빛을 지켜내 / 거짓으로부터 참을 지켜내 / 포기하지 않고 불을 지폈네 / 침몰하지 않을 진실을 위해”라는 가사는 경쾌한 멜로디에 얹혀져 흥얼흥얼 따라 부르게 된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그것이 알고 싶다’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5일 공개된 이 영상은 30일 현재까지 조회수 7만 1,000여건에 이른다. “위로 받았고 그래서 힘이 납니다”(방**) “분명히 신나는 리듬과 멜로디인데 왜 이리 눈물이 나는 건지”(Bri****) “(방송)보면서 이 노래 다시 듣고 싶었습니다”(김**) 등 감동 어린 댓글이 쏟아졌다. “음원은 안 나오나요? 노래 너무 좋아요”(신**)라며 음원 공개를 요청하는 목소리도 여럿 올라왔다.

‘어둠은…’ 편은 2002년 여중생 장갑차 사망사건과 2004년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 2014년 세월호 참사 추모 집회를 돌아보며 광장에 켜진 촛불의 의미를 되새기는 내용이었다. 연출자 도준우 PD는 “올해 마지막 방송이고 마침 방송일도 크리스마스 이브라 촛불을 주제로 선정하게 됐다”며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시청자들께 전하고 싶어 에필로그 영상도 만들었다”고 밝혔다.

도 PD는 에필로그 삽입곡을 기존 노래에서 고르지 않고 새로 제작했다. 힙합그룹 가리온의 노래 ‘그래서 함께하는 이유 2013’에서 멜로디를 빌리고, 랩 가사는 도 PD가 직접 썼다. 후렴구는 민중가요 작곡가 윤민석이 만든 세월호 추모곡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의 가사를 개사했다. 가리온의 MC 메타와 윤민석 모두 흔쾌히 사용을 허락했다. 취재에도 시간이 빠듯해 이동하는 틈틈이 가사 내용을 구상했다. 도 PD는 “광화문 광장을 취재하며 느낀 점들을 가사에 담아냈다”며 “풍자할 대상이 워낙 많아서 가사가 생각보다 술술 풀렸다”고 말했다.

도 PD는 작사뿐 아니라 랩도 했다. 실력이 수준급이다. PD가 프로그램 삽입곡까지 부르다니 무척 의아하게 생각되지만, 도 PD는 ‘돈춘호’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던 래퍼이기도 하다. ‘그것이 알고 싶다’ 이전에 몸담았던 프로그램에서도 힙합곡으로 꾸민 예고편과 브리지영상을 선보여 여러 번 화제가 됐다. 2011년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최후의 바다, 태평양’ 예고편과 2012년 4.11 총선 당시 SBS의 선거송 ‘코끼리를 움직여’에 담긴 랩도 그의 목소리다. SBS 입사 이전인 2008년에는 훈민정음언해를 랩으로 재해석한 ‘돈춘호의 우리말 랩교실’이라는 사용자제작콘텐츠(UCC)로 유명세를 타며 당시 문화관광부가 주최한 제1회 대한민국 동영상 UCC 대상을 받았다. 그 덕에 당시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도 실렸다.

도 PD는 ‘가당찮’이라는 예명의 동료 뮤지션과 ‘돈춘호와 가당찮’이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앨범을 발매했는데, ‘가당찮’이 이번 삽입곡의 편곡을 맡아줬다. 가사 작업에 하루가 걸렸고, 연습에 하루, 녹음에 하루, 편집에 하루 등 완성까지 나흘이 걸렸다. 도 PD는 “후렴구도 직접 부르려 했는데 목소리가 안 어울려서 급하게 동대문구 어린이 합창단을 섭외해 SBS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도 PD는 “에필로그 영상이 시청자들에게 어색하게 받아들여지진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한다”며 “새해에도 부끄럽지 않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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