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합병 찬성 지시 여부 등
朴 대통령 의혹 규명에 박차
김기춘 블랙리스트 수사도 가속
‘최순실 게이트’ 본격 수사 9일째를 맞은 박영수(64) 특검팀이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의 뇌물수수 의혹 등 5대 의혹에 대한 동시다발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최순실 일가 은닉재산’ ‘문화계 블랙리스트’ ‘박 대통령 불법시술’ 의혹에 대한 조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박 대통령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삼성 ‘뇌물 공여’ 의혹 정면돌파
특검 관계자는 29일 오후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을 소환한 뒤 “현 상태는 참고인 신분이지만 조사과정에서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며 피의자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최순실(60)씨와 조카 장시호(37)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 대해 삼성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여원을 후원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 김 사장을 피해자로 봤다. 하지만 특검 측은 “(영재센터 외에) 다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소환했다”고 부연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사장이 제일기획 사장으로서가 아니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위로서 소환된 것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압박카드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이날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이 부회장의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합병 찬성에 대한 청와대의 지시가 입증되면 최씨 일가에 대한 삼성의 거액 지원에 대해 뇌물죄 적용이 가능해진다.
최씨 해외 은닉재산 ‘판도라의 상자’
특검팀은 이날 고(故) 최태민씨의 아들이자 최순실씨의 이복오빠인 재석씨도 불러 조사했다. 재석씨는 특검팀에 최씨의 재산 내역 및 형성과정 전반에 대해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가 독일에만 8,000억원 등 유럽 곳곳에 페이퍼컴퍼니를 두고 수조원대 재산을 은닉(본보 22ㆍ23일자 1면)한 정황이 포착된 후 특검은 관련 자료 수집에 나섰으며, 최씨 관련자 40여명의 재산내역 확인을 위해 금융감독원에 자료 협조를 요청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숨은 재산이 최태민씨를 통해 최씨 일가 수중에 들어왔다는 설이 유력하게 제기되는 가운데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직접 연루된 단서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 일가의 재산이 박 대통령의 소유로 드러날 경우 최씨가 미르ㆍK스포츠재단을 통해 모금한 자금이 곧바로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인정될 수 있다.
‘법꾸라지’ 김기춘, 블랙리스트에 잡히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타깃으로 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특검팀은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진술 등을 토대로 2014년 중반 청와대 정무수석실과 교육문화수석실에 재직했던 관계자들을 잇따라 소환 조사하면서 블랙리스트의 유통 경로를 상당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자로 김 전 실장이 지목된 가운데 특검팀이 박 대통령의 개입 여부도 밝혀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세월호 7시간, 정유라 이화여대 부정입학
특검팀은 ‘세월호 7시간’으로 일컬어지는 박 대통령의 불법 성형시술 의혹 및 최씨 딸 정유라(20)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학사특혜 의혹 수사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전날 ‘비선진료’ 의혹을 받고 있는 김영재 의원과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 서창석 전 서울대병원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이날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간호장교로 근무한 조여옥 대위를 재소환 했다.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등 이화여대 관계자들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해서도 이날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 핸드폰 등을 확보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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