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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작심삼일.. 신년계획 지켜줄 ‘결심의 기술’

입력
2016.12.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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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숙적은 충동성

딱 10분만 참아 보거나

‘실패시 벌칙’ 정해두길

목표를 짧게 짧게 잡거나

아예 ‘루틴’으로 일상화

실수는 털어내고 ‘리셋 루틴’

아침형 인간이 될 테다. 새벽에 유산소 운동을 1시간 할 테다. 영어 학원에 가야지. 우리의 야심찬 2017년 신년 계획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게티이미지뱅크
아침형 인간이 될 테다. 새벽에 유산소 운동을 1시간 할 테다. 영어 학원에 가야지. 우리의 야심찬 2017년 신년 계획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게티이미지뱅크

신년 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가기 일쑤다. 아무리 야심차도, 공들여 밑줄 쫙, 별표 세 개를 붙여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원흉이 늘었다. 각종 게이트가 판치는 이 땅에서 ‘노오력’ 같은 달달한 것이 아직 유효한지 모르겠다는 탄식까지 한 몫 했다. 이럴 바엔 오색영롱한 신년계획표 따윈 없애는 것이 현명할까.

물론 이런 결단이야 말로 사흘 짜리다. 내일이라도 우리는 어김없이 다이어트, 혈당관리, 금연, 채무상환, 전세 탈출, 좋은 부모 되기, 손재주 늘리기, 매일 안부전화하기, 더 많이 사랑하기, 더 많이 여행하고 보고 듣기 등 작은 소망의 목록을 끝없이 갱신할 것이다. 희망이란 불치병을 앓을 것이다. 어쨌거나 나를 지키지 않고선, 물거품이 될 게 신년 계획뿐이 아니기 때문이다. 늘어만 가는 계획 목록의 실천지수를 끌어올릴 복안은 없을까. 전문가들의 전략들을 추렸다.

해치운 과제는 겨우 한 줌인데, 신년에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은 매년 주름과 새치만큼이나 쌓여만 간다. 게티이미지뱅크
해치운 과제는 겨우 한 줌인데, 신년에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은 매년 주름과 새치만큼이나 쌓여만 간다. 게티이미지뱅크

미루기는 인간 본성

왜 결심은 늘 수포가 될까. 이런 최대 난제 대한 심리학자들의 답은 싱거울 정도로 간단하다. “실천을 미루는 것은 인간 본성”이라는 것. 캐나다 캘거리대 경영대 교수이자 행동과학연구소 설립자인 피어스 스틸은 “인간은 원래부터 늑장을 부리도록 만들어진 존재”라고 단언한다. 그의 웹사이트(https://procrastinus.com/)는 자신의 늑장지수, 비합리적 미루기 수준을 테스트하려는 이들로 붐빈다.

스틸 교수는 저서 ‘결심의 재발견’에서 “늑장은 어디에나 존재한다”며 “거의 중력만큼이나 흔하며, 역시 중력만큼이나 우리를 아래로 끌어당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먼 미래의 목표를 위해 즉각적인 즐거움을 잠시 미뤄두는 데 기여하는 전두엽 피질은 인간의 몸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발달하는데다, 현대사회에서 요구되는 여러 계획, 인내, 성취가 동물적 본성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더 큰 만족을 위해 눈 앞의 즐거움을 참는 능력이 새의 경우 최대 10초, 침팬지가 10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간은 훨씬 압도적인 자제력을 갖고도 복잡다단한 목표를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하는 사뭇 서글픈 존재다.

여기에 다이어트 도전자의 경우엔 ‘진화의 원리’와도 싸워야 한다. 설탕중독에 대한 숱한 연구들은 “맘모스 사냥에 언제 성공할 지 몰랐던 인간은 닥치는 대로 설탕과 지방을 먹어두는 쪽으로 진화했다”고 입을 모은다. 더 달고 예쁜 디저트, SNS, 게임, 드라마, 리얼리티 쇼 등 실천의지에 훼방을 놓는 온갖 유혹들은 더욱 강력하고 영리해져 간다. 즉 번번히 미완으로 남은 신년계획이 ‘유독 하찮은 내 의지력 문제’만은 아니란 얘기다.

인간의 자제력은 동물 중 최상급이지만 문제는 우리를 유혹하는 적들이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인간의 자제력은 동물 중 최상급이지만 문제는 우리를 유혹하는 적들이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충동의 파도’를 가르는 서퍼

스틸 교수는 더 이상 실천을 미루고 싶지 않다면 우선 의욕을 키우는 공식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가 내놓은 의욕 공식은 ‘의욕=(기대치x가치)÷(충동성x지연)’이다. 성공에 대한 기대치와 미래 보상의 가치가 높을수록 실천 의욕이 높아지고, 충동이 커지고 보상의 시기가 지연될수록 실천 의욕이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최대 숙적은 물론 충동성. 온갖 충동만 아니었어도 다이어트, 금연 등을 신년에 따로 다짐할 필요도 없었을 터다. 스탠퍼드대 평생교육원에서 ‘의지력’ 강의로 이름을 알린 켈리 맥고니걸은 저서 ‘왜 나는 항상 결심만 할까’(알키)에서 충동을 다루는 다양한 방법을 조언한다. ▲자신의 충동에 별명을 붙이고 ▲소위 충동 서핑을 훈련하며 ▲끔찍한 연상을 통해 유혹 자체의 매력을 감소시키라는 등이다. ‘슈거몬스터’, ‘과자귀신’, ‘골초망태’처럼 특별하고 다소 부정적인 조어를 붙여 두고 “언제 충동적 자아가 마음 속에서 우위를 차지하는지 알아차리라”는 것이다.

충동 서핑은 굳이 일어난 충동을 억지로 없애려고 하지 말고, “충동을 바다의 파도라고 상상하며, 강렬하게 올라오지만 결국 정점에서 고꾸라져 부서져 사라질 운명의 파도의 상을 떠올리는” 훈련이다. 워싱턴대 중독행동연구센터가 대상자 12명에게 7일간 금연실험을 실시한 결과 충동서핑을 연습한 집단 6명의 흡연량이 37% 가량 줄었다. 제대로 파도를 타는 모습을 상상하며 가만히 느낌을 지켜보되 유혹에 굴복하지는 않는 연습을 하는 게 핵심이다.

그 밖에도 미친 듯이 도넛이 먹고 싶다면 지저분한 공정 과정을 떠올린다거나, 야외에서 할 수 있는 산책 등 온갖 ‘녹색 활동’을 찾아 해보고, 불가능하다면 화초에 물이라도 주는 식으로 주의를 분산시키는 등의 충동조절이 가능하다. 모든 노력이 무색하다면 ‘딱 10분만 참고 그 다음에 하자’고 다짐해보자. 맥고니걸은 “신경과학자들의 발견에 따르면 당장의 만족을 이루는데 10분이 지연되면 뇌는 이를 미래의 보상으로 취급한다”며 “보상의 약속체계가 둔해지면 당장의 만족을 선택하려는 강력한 생리적 충동이 사라진다”고 말한다. 별 것 아닌 10분이 뇌를 생각보다 냉정하고 현명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조금 더 강력한 제제를 원한다면 효과적인 벌칙을 이용해야 한다. 가족, 친구 등 검증할 심판을 미리 정해두고 실패 시 ‘전혀 원치 않는 단체에 5만원을 기부하기’ 등의 벌칙을 수행하는 식이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일과 속에 원하는 습관을 '일상화'해 넣는 것이 습관 실천의 성패를 가른다. 게티이미지뱅크
복잡하게 돌아가는 일과 속에 원하는 습관을 '일상화'해 넣는 것이 습관 실천의 성패를 가른다. 게티이미지뱅크

쪼개고 기록하고 보상하라

의욕 값을 키우는 손 쉬운 방법은 ‘보상의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기준으로 한다면 ‘1년에 12㎏ 감량’ 보다는 ‘1달에 1㎏ 감량’, ‘2주에 0.5㎏ 감량’을 목표로 정하는 등 성취를 여러 단계로 나눠 중간중간 보상한다. 이조차 막연하게 느껴진다면 금주에는 고형간식 끊기, 다음 주에는 음료 끊기, 그 다음 주에는 30분 걷기 등 점진적인 과제를 추가해 나간다.

이 같은 과제를 일종의 일과, 루틴으로 만들어 ‘완전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면 더 좋다. 최근에는 이런 루틴설계를 돕는 무료 어플 및 알람도 많다. 블로그 등에 스스로 아침을 깨우는 ‘모닝루틴’ 등을 기록하는 이들도 적잖다.

직장인 이명관(30)씨는 “몸과 마음의 균형이 깨지고 삶이 자꾸 가라앉는 느낌이 들어” 가벼운 모닝 루틴을 시작했다. 오전 5~6시에 기상, 명상, 확신의 말 되새기기, 일기, 독서, 운동 등으로 구성된 일정이다. 좋아하는 와인을 사놓고 꼭 30일간 성공할 때 마다 자축하며 이 와인을 즐겼다. “예전에는 내가 과연 마음 먹는다고 해낼 수 있는 사람인가 의문이 있었지만, 딱 100일을 실천하고 난 뒤에는 자신감이 생긴 게 가장 큰 변화 같아요.”

4,5개 자기관리 어플을 써봤다는 김주연(29)씨는 “매일매일 바쁜 일상에 치여 아까운 시간이지나가 버리기 일쑤인데 여러 목표들을 어플에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다 보니, 기록을 통해 내가 시간을 가치 있게 썼다는 걸 인지하고 스스로를 더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며 “책 100권 읽기, 목돈 모으기, 일본여행, 행동하는 사람 되기 등 여러 습관을 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일상화, 습관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사소한 실수를 털어내고’, ‘자신의 실패를 용서하는’ 의식도 함께 준비해 둬야 한다는 것이다. 3회에서 한 번 실책 했다고 나머지 경기를 모두 포기하는 투수는 드물지만, 사람들은 3번쯤 빠진 수영강습에 끝내 나타나지 않거나, A를 받지 못할 것 같은 강의를 통째로 포기하는 짓을 자주 벌이기 때문이다. ‘루틴’을 강조하는 뉴욕 메츠 스포츠 심리닥터인 조너선 페이더는 이런 실수를 복구하는 의식을 ‘리셋 루틴’이라고 부른다. 저서 ‘단단해지는 연습’에서 그는 “선수들은 사소한 실수를 깨끗이 털어버리고 원래 궤도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여러 리셋 루틴을 마련한다”며 “안경을 벗었고 잠시 눈을 감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기분, 원래의 심리적 출발점으로 돌아와 승리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우리의 체력에도, 의욕에도, 시간에도 모두 한계는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소한 실수는 ‘SNS 8시간 접속불가’, ‘동료들에게 간식 사기’ 등의 셀프 벌칙 및 리셋 루틴으로 털어버리는 것이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것 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현실과 자신의 능력에 대한 지나친 낙관과 비관도 충동만큼이나 경계해야 할 대상인 셈이다.

내년에도 ‘완벽’을 향해 계획표만 끝없이 ‘새로고침’한다면 우리는 조지 버나드쇼의 묘비문을 답습하게 될지 모른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변해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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