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사람들의 삶도 알아
국정교과서 국민 보시고 선택을
AI 확산 못 막을 땐 제가 책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7일 권한대행 이후 계획에 대해 “공직에 있지 않더라도 해야 할 일이 많다”며 “미래를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권한대행체제 출범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흙수저 중에서도 무수저다. 어려운 사람들의 삶을 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황 대행이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내년 대선 출마 계획에 대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권한대행 직책을 마무리한 뒤 정계 진출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황 권한대행은 간담회에서 “아버지가 이북에서 피난을 왔는데, 쌀 가마니 하나 가지고 내려왔다”며 가족사를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그는 “우리 형님들은 고등학교에 합격했는데 학비가 없어서 가질 못했다. 야간 장학생으로 다니면서 굉장히 어렵게들 했다”면서 “누님 형님들은 학비를 못 내 쫓겨 다녔고, 나는 그렇지는 않았지만 아주 어려운 데서 했기 때문에 어려운 분들의 애환을 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어느 순간 우리나라가 정말 자랑해도 되는 나라로 바뀌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나라가 아니냐”며 “대내외에 우리가 할 일도 많고 자랑할 일도 많다”며 권한대행 이후 계획을 밝혔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당장 내년 대선 출마는 하지 않더라도, 붕괴 위기를 맞은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차기 주자로서의 정치적 포부를 밝힌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교육부가 2018년부터 역사교과서 국ㆍ검정 혼용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 “(국민들이) 보시고 선택해 달라”면서 “아이들에게 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에선 일부 후퇴하긴 했으나, 국정 역사교과서가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소신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기존의 검정교과서에 대해 “2013년부터 수정작업을 해, 내 기억으로는 2,000여개를 수정했다”며 “마지막까지 남은 게 6ㆍ25 전쟁 책임에 관한 문제인데 ‘38선 부근에서 군사충돌이 있다가 전쟁이 났다’, 그런 식으로 가르쳐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의 도발이 명백한데 그걸 ‘교전이 있다가 전쟁이 났다’는 식으로 가르치게 되면 ‘주적이 누구냐’고 할 때 ‘미국이다’는 대답을 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새해 신년사에 대해 “희망의 메시지가 있으면 좋겠다”며 “국민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자긍심을 가질 부분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런 메시지를 담을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황 권한대행은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과 관련해 “일주일 내에 AI 확산 추세가 잡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확산 추세가 안 잡히면 어떡하겠는가. 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한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인근 음식점에서 오찬을 겸해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는 메뉴로 ‘삼계탕’이 나왔다. 황 권한대행은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축산업계에 도움이 되고 소비촉진과 홍보를 위한 취지로 메뉴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황 권한대행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새로 부임한 제임스 최 주한 호주대사 등 주한대사 5명의 신임장 제정식을 가졌다. 지난 9일 권한대행 후 청와대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가결 당시 고건 권한대행도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을 위해 딱 한번 청와대를 방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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