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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끝까지 추궁해 책임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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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끝까지 추궁해 책임 물어야

입력
2016.12.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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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6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자택,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정부세종청사 내 문체부 주요 부서도 압수수색에 포함됐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문화예술계의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문화예술단체로부터 고발된 상태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김 전 실장을 겨냥한 본격 수사인 동시에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들어 문화예술계에 기피 명단이 존재한다는 무성했던 소문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블랙리스트 존재를 언급한 문화예술위원회 회의록뿐 아니라 9,473명의 문화예술인 명단이 공개됐다. 명단에는 세월호 선언에 참여한 문화예술인을 포함해 반정부ㆍ진보 성향의 인사들이 망라됐다. 이 블랙리스트는 각종 정부 지원사업에서 일종의 ‘살생부’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컸고, 많은 사람들이 과거 유신시대의 망령을 떠올렸다.

시대착오적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작성 주역으로 꼽히는 게 바로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이다. 김 전 실장은 2015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영화계 좌파성향 인적 네트워크 파악이 필요하다”며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조 장관은 최근 사표를 낸 정관주 문체부 차관과 함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문체부에 전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런데도 조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그런 문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문화계에서는 조 장관이 문체부 장관으로 발탁된 배경을 놓고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으나 지금까지 드러난 것을 보면 청와대의 지시를 충실히 집행한 데 따른 ‘보은인사’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문화예술인의 활동을 제약하고 스스로의 검열을 유도하는 것이야말로 반민주적 탄압이다. 권력을 동원해 표현의 자유와 창작의 자유를 막는 나라를 민주주의 국가라고 주장하기도 어렵다. 블랙리스트 의혹은 민주정부의 근본을 흔드는 중대사인만큼 철저히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외에도 문체부에 “1급 실ㆍ국장 6명으로부터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한 혐의로 검찰에 입건된 바 있다. 이 사건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에 앞서 문체부를 길들이려는 조치였다는 해석을 낳았다. 이런 혐의는 청와대 ‘왕 실장’으로 불리며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관여한 의혹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도 모르쇠로 일관한 ‘김기춘의 장벽’을 깨뜨려야 할 과제가 특검에 맡겨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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