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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 한계 뛰어 넘은 톨보이, 현대 아토스

입력
2016.12.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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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차체를 높이로 만회하려한 아토스는 디자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국내 경차 시장을 경쟁체제로 전환시켰다. 현대자동차 제공
작은 차체를 높이로 만회하려한 아토스는 디자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국내 경차 시장을 경쟁체제로 전환시켰다. 현대자동차 제공

외환위기가 본격화된 1997년 9월 현대자동차의 ‘아토스’를 처음 봤을 때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짧은 길이에 껑충한 키는 이전까지 봤던 자동차와는 거리가 멀었다. 디자인에서 생명과도 같은 균형을 깨고 작은 차체에 많은 기능을 담기 위해 차 높이를 기형적으로 키운 모습이었다. 현대차는 ‘톨보이 스타일’이라고 치켜세웠다.

아토스는 길이 3,495㎜에 너비가 1,495㎜로 짧고 좁지만 높이는 1,615㎜나 됐다. 성인 키에 육박하는 높이는 법 규정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었다. 당시 법규상 경차의 길이ㆍ너비ㆍ높이는 각각 3,500ㆍ1,500ㆍ2,000㎜까지 허용됐다. 이 틈을 파고 들어 사실상 규제가 없던 높이를 최대한 끌어올려 경차가 가진 크기의 한계를 만회한 셈이다.

디자인적으로는 낙제점이었지만 아토스는 승차할 때 머리 공간이 여유로워 경차의 한계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1,260ℓ나 되는 적재공간도 장점이었다.

안전성은 또 하나의 승부수였다. 아토스는 정면 충돌 때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우물정(井)자 프레임이 사용됐다. 대용량 에어백, 잠김방지브레이크(ABS), 앞 바퀴 디스크 브레이크 등도 적용돼 경차의 안전도를 한 차원 높였다.

국내용 아토스에는 800㏄ 엔진이 탑재됐고, 수출형에는 1,000㏄ 엔진이 들어갔다. 800㏄ 엔진은 최고출력 51마력, 1,000㏄는 59마력을 발휘했다. 가격은 기본 모델이 498만원, 고급형인 ‘아토스벤처’가 527만원이었다.

아토스는 출시 3개월 만인 1997년 12월 경쟁차 ‘티코’를 누르며 내수 판매량 1위에 올랐지만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듬해 대우자동차가 티코의 후속 모델 ‘마티즈’를 투입해 전세는 다시 역전됐다.

그래도 아토스의 등장으로 티코가 독점했던 국내 경차 시장은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접어들었다. 상대를 물어뜯는 비방 광고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을 내릴 정도로 두 차의 경쟁은 과열을 넘어 혈투였다.

아토스는 2003년 12월 생산이 중단돼 장수 모델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다. 현대차가 경차시장에서 손을 떼며 국내에는 후속모델조차 나오지 않았다. 비운의 톨보이였다.

그러나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반응이 뜨거웠다. ‘미운 오리’가 이민을 가 백조로 거듭난 격이다. 유럽에서는 ‘아토스 프라임’으로 팔렸고, 현재 ‘i10’이 계보를 잇고 있다. 인도에서는 아토스를 기반으로 만든 ‘상트로’가 판매됐다. 이후 상트로는 ‘비스토’란 이름으로 국내에 되돌아왔다. 경차 시장에서 철수한 현대차는 기아차에 비스토 판매를 맡겼다.

오토다이어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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