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에 정부의 대응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예상된 일이어서 금융시장에는 아직 환율 상승세를 빼고는 요동이 없다. 하지만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16일 저녁 이주열 한은 총재와 11개월 만에 회동을 제안, 국내 재정ㆍ통화 정책의 조율과 협조 방안 등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정부는 이날 아침 별도로 ‘범정부 비상경제대응 TF 회의’를 열고 미국 금리인상 변수를 향후 경제정책방향 등에 긴밀히 반영키로 했다.
추락하는 각종 거시지표, 1,300조원에 이른 가계부채 문제 등 우리 경제가 최악이란 점에서 정부의 분주한 움직임은 당연하다. 특히 교체 인사까지 발표됐다가 엉거주춤 자리를 지키게 된 유 부총리로서는 심기일전의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간 경제사령탑 부재에 대한 현장의 잇단 비판은 회의ㆍ회동이나, TF 같은 조직이 없어 나온 게 아니다. 핵심 경제현안에 대해 소신을 갖고 부처 간 이해를 신속히 조정해 명쾌한 단안을 내리는 리더십에 결정적 구멍이 났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길어야 6개월 정도 임기를 남긴 현 경제팀으로서는 더 이상 실속 없이 요란만 떨 게 아니다. 묵묵히 소신을 발휘해 남은 기간, 나아가 차기 정부의 경제 연착륙 토대를 다지는 조치를 내실 있게 이행해 나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 미국 금리인상 대응책만 해도 그렇다. 당장 급한 시장 대비책이나 국내 가계부채 관리 문제 등은 이미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도로 어느 정도 정비가 된 상태다. 따라서 기재부는 환율ㆍ외환ㆍ외채 관리, 통화시장 안정을 위한 대외협력 등에 신경을 쓸 때다.
금융시장 요동보다 심각한 게 실물경제 영향이다. 달러 강세에 따른 신흥시장 위축 등으로 중국 경기 등이 흔들리면 우리 경제는 이중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수출은 물론, 국내 투자와 소비 등이 깊은 침체에 빠질 수 있다. 당연히 경기부양을 위한 공급 확대가 시급하다. 아울러 정부는 혼란을 탓할 생각 말고 기업ㆍ산업 구조조정과 노동개혁을 비롯한 장기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신발 끈을 다시 조여 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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