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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준 주식대박 무죄에… 검사 직무범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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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준 주식대박 무죄에… 검사 직무범위 논란

입력
2016.12.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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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직무 범위 좁게 해석”

검찰국, 검사 인사에 영향 불구

지음 결론 후 뇌물죄 묻지 않아

“김광준 사건과 비교 어려워”

금품 제공자가 사건들에 연루돼

청탁 안 드러난 陳 사건과는 달라

지난 7월 14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는 진경준 전 검사장.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지난 7월 14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는 진경준 전 검사장.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검사한테 (뇌물을 보험으로) 미리 주면 된다는 거네?” “이해하기 어렵다. 법은 왜 이리도 국민 법 감정과 따로인지….”

전날 진경준(49) 전 검사장이 김정주(48) NXC 대표로부터 받은 넥슨 주식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뒤 14일 국민 상당수가 의아함과 허탈감을 표출하고 있다. ‘직무 관련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재판부 판단이 나오면서 ‘검사의 직무 범위가 어디까지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재판부는 13일 진 전 검사장에게 뇌물수수 혐의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사 직무는 소속 검찰청의 관할권 범위와 직위로 정해진 직무권한의 내용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로부터 공짜 주식을 받은 2005년 6월 진 전 검사장은 법무부 검찰국 소속이었다. 이보다 앞서 5월 말 서울중앙지검은 넥슨 관련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국이 해당 사건 수사를 지휘ㆍ감독하거나, 중간결재나 위임할 수 있는 관계가 전혀 없어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후 2014년 12월 17일까지 진 전 검사장은 넥슨으로부터 제네시스 차량 리스비용과 가족 여행비 등 총 9억5,331만원의 금품을 받았지만, 이 기간 김 대표나 넥슨 관련 수사ㆍ소송 24건(약식기소, 혐의 없음, 각하 등)이 모두 진 전 검사장의 직무 현안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결국 약 130억원의 대박 주식 차익은 고스란히 진 전 검사장의 수중에 남았다.

이에 대해 법원이 검사의 직무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국이 검사 인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직무 관련성을 넓게 해석했어야 한다는 비판이다. 심지어 미래를 보고 ‘보험성 뇌물’을 친구에게 줬다는 김 대표의 진술까지 있었음에도 법원이 검사 직무를 너무 엄격히 해석하는 바람에 ‘선물’로 둔갑하고 말았다. 김광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사건에서는 직접 수사하지 않았지만 다른 검찰청 사건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석에 따라 유죄 확정 판결이 났다.

물론 김광준 사건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한 부장판사는 “김광준 사건의 경우, 돈을 준 사람들이 구체적 사건들에 연루돼 있고 그들이 청탁하려던 사건들로 처벌받기도 했다”며 “(구체적 청탁이 드러나지 않은) 진경준 사건과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다른 판사는 “검찰이 직무 관련성을 더 면밀히 분석했어야 했는데, 김 대표가 ‘보험성 뇌물을 줬다’고 자백한 진술에만 의존해 면밀한 입증 노력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서울 소재 법원 판사는 “검사 직무 범위에 대해 일반적으로 통용될 만한 확립된 대법원 판례는 아직 없다”며 “이번 사건도 벤츠 여검사 사건처럼 구체적 타당성을 엄격히 따진 케이스”라고 봤다. 대법원은 2015년 여검사가 내연남에게 받은 벤츠와 샤넬백은 ‘사랑의 증표’였다고 결론 내려 뇌물죄를 묻지 않았다. 진 전 검사장 사건의 재판부가 ‘지음(知音ㆍ마음이 통하는 친한 벗)’ 관계에서 거액이 제공됐다고 본 것도 이와 다를 게 없다는 게 다수 법조인들의 시각이다.

검사 직무범위 논란과 별개로 항소심에서 주목할 대목은 더 있다. 진 전 검사장이 2010년 한진그룹 회장 내사사건 종결 뒤 처남에게 용역 일감을 몰아주도록 청탁해 총 147억원의 이익을 챙겨준 혐의(제3자 뇌물죄)는 유죄는 됐지만 부정한 이익이 추징되지 않았다. 한 부장판사는 “147억원 중 계약상 제공한 청소용역을 뺀 정확한 검은 수익이 특정되지 않아 추징 청구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진 전 검사장 가족이 명백히 부당이득을 챙긴 만큼,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취지에 맞게 추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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