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총리와 얼굴만 봐선 안돼”
국정협의체 수용을 압박
정세균 국회의장이 포스트 탄핵 정국 수습을 위해 조기 개헌 카드를 접기로 했다. 대표적 개헌론자로 꼽히는 정 의장이 대선 전 개헌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차기 대선과 맞물린 개헌 논의는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평가다. 정 의장은 대신 정부와 국회 차원의 국정협의체 구성을 측면 지원하며 국정 수습에 총대를 멨다.
정 의장은 12일 국회의장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개헌 논의에 대해 “개헌은 국가의 백년지계를 결정하는 중장기적 과제로 대선보다 중요하다”면서도 “개헌은 날짜를 정해놓고 100미터 달리기 할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특히 “대선 전이어도 괜찮고, 대선 후에도 괜찮다. 전후를 따질 것은 아니다”며 개헌 시기와 관련해서 유연한 입장을 피력했다. 의장실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대선 전 개헌은 어렵다는 점을 공개 선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개헌 특위는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대로 1월 안에 예정대로 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개헌 방향과 관련해선 정 의장은 “분권형 대통령제든 중임제든, 제왕적 대통령 권한을 손보는 게 아니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개헌 추진에 온도 차를 보이는 차기 주자들에겐 “개인, 정당의 이해관계를 떠나 개헌 문제를 대하라”고 일갈했다.
정 의장은 탄핵 이후 새로운 국가시스템을 만드는 데 국회가 핵심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점도 역설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만남과 관련해 “얼굴만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견만 생기고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만남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황 총리가 국정협의체를 수용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오라는 메시지를 날린 것이다. 정 의장은 14일 황 총리 예방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사령탑을 유지하는 것에도 정국 안정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 부총리는 이날 정 의장을 예방해 내년도 예산안이 법정 시한 내 처리된 데 대해 감사 인사를 표하기도 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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