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문화의 거리를 이탈리아 코모처럼 특색 있는 작은 공방이 아기자기 모여 있는 거리로 만들고 싶습니다.” 세계적인 한복 디자이너 김혜순(59)씨가 지난 10일 전남 순천시 향동 문화의 거리 창작예술촌에 공방을 열었다.
김씨의 창작예술촌 입주에는 국악인 오정해씨, 배우 강부자씨, 채시라씨 등 명사들이 참석해 축하했다. 행사는 현판 제막, 공방 관람 등 공식행사와 순천 지명 700년 골목 갤러리 관람, 작가와의 토크콘서트, 녹차 시음회 등 다양한 부대ㆍ전시행사로 진행됐다.
김씨의 창작스튜디오는 1925년 지어진 일본식 가옥에 사업비 2억5,000만원을 들여 부지 290㎡, 건축면적 63㎡ 규모로 조성했다. 순천시가 문화예술인의 창작활동과 원도심 활성화 일환으로 추진했으며 전액 국비와 시비를 지원했다. 김씨는 옛 건축 양식은 그대로 살리고 내부를 직접 디자인했다.
공방 이름은 순천재(順天齊)로 지었다. 김씨와 평소 가깝게 지내는 도올 김용옥 선생이 이곳을 다녀간 후 순천의 문화예술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뜻을 담아 친필로 썼다. 김씨는 이곳에 영화 속 한복과 소품, 규방 공예품 등을 상설 전시하고 전통 한복 디자인 교육도 할 계획이다.
김씨는 사극, 영화, 다큐멘터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의 의상제작에 참여했다. 30여년 동안 한복 외길만을 걸어왔으며 뉴욕, 파리 등 패션쇼를 열어 세계에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렸다. 다양한 상품과 접목한 현대적 감각의 한복 디자인을 개발해 호평을 받고 있다. 지금도 지치지 않은 열정으로 저서와 제작활동, 후학양성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지역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순천 출신인 김씨는 지난해 8월 순천 청암고에 디자인 꿈나무를 위한 교육공간인 예정관(藝丁館)을 개관했다. 김씨는 서울에서 매주 주말 이곳에 내려와 패션디자인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장차 명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복 명장을 전수하며 예술적 감성을 키워주고 있다.
그는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순천으로 내려갈 준비도 하고 있다. 예정관 개관과 공방 문을 연데 이어 고향에 조그만 집도 오래전 마련했다. 고향의 후배들과 시민이 우리 전통복식 문화에 대해 이해하고 이 분야의 유능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꾸준히 교육 기부할 계획이다.
김혜순 명인은 “순천재 공간을 통해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믿음으로 한복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다”며 “지역에 한복문화 보급과 후학 양성 등 재능 기부를 통해 한복도시 순천을 만들고 주민과 예술인이 함께하는 거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순천=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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