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2일 표결했으면 부결”
간담회서 민주당 겨냥 작심 비판
민주는 “국정 구체적 해법 준비”
임종룡 후보자 문제 입장 갈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촛불 시즌 2’ 정국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에 돌입했다. 국정 운영의 중심축이 정부ㆍ여당에서 야당으로 옮겨온 만큼 자기 색깔을 보다 분명히 낼 때라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조기 대선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해야 하는 만큼 신경전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탄핵 직후부터 민주당에 비난의 화살을 쏘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1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일 (탄핵안을) 표결했으면 부결이었고 9일 했으니 가결된 것”이라고 민주당을 에둘러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3일 촛불집회와 5일부터 사흘 동안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기관보고와 청문회가 있고 이런 것들이 국민을 더 분노케 했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민심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가져서 압도적으로 가결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2일 탄핵안 표결을 추진했던 민주당, 정의당과 달리 9일 표결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던 불협화음을 다시 끄집어 낸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 자정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9일 가결되었는데) 2일 표결 반대를 탄핵 반대로 악선전한 그들의 양심은? 부족한 표를 가득 채워 탄핵 가결시키겠다며 (새누리당과) 소통하여 40표에서 60표 확보했더니 여권과 내통한다 악선전하던 그들. 62표의 여당 표를 확보한 것도 잘못인가”라고 민주당을 겨냥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당에 대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탄핵 직후 의원들에게 ‘자중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국민의 승리”라며 낮은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당 관계자는 “지금 민주당은 또 다른 시험대에 올랐다”며 “제1야당으로서 국정에 대한 구체적 해법을 내는 동시에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양당은 정국 수습에 대한 해법에서 결이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청산과 입법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추진할 사회개혁기구 구성을 제안하며 “시민사회도 참여하게 해 광장의 의견을 함께 수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지금은 행정권력, 대통령이 무너진 상태로 국회가 보다 많은 책임을 갖고 국정운영에 참여해야 한다”며 “(시민단체는) 국민들의 의견을 듣는 수준 정도”라고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은 미묘하게 갈리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당내 의견이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부총리로 세우자는 쪽과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을 책임질 사람으로 적절치 않다는 쪽으로 갈려 있으니 의총에서 논의해 볼 문제”라고 유보적 입장을 내비쳤다. 반면 박지원 원내대표는 “우리는 탄핵 전부터 (임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해서 빨리 뽑자는 입장이었지만 야 3당의 합의가 안 됐다”며 열린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임 후보자가 아니라면, 민주당에서 적합한 경제부총리를 추천하고 다른 문제가 없다면 국민의당은 그 뜻을 존중하고 따르겠다”며 백지위임 의사까지 내비쳤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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