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한국 연예인의 광고출연 등을 금지하는 ‘한류금지령’이 중국 당국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의 방송사와 동영상플랫폼 업체들은 지난달 중순 미디어를 관장하는 정부기관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으로부터 한류 콘텐츠 방영을 금지하는 ‘한한령(限韓令)’을 구두로 지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업체들이 자사 계열사 등에 내린 공문에는 “모든 방송국이 (당국의) 통보를 받았다. 모든 한국 연예인과 관련된 광고, 한국상품 광고의 방송을 금지한다. 크고 작은 각종 스크린으로부터 한국인 얼굴을 모두 막는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지금까지 중국 당국은 한류 제한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으나 거짓임이 드러난 것이다.
중국이 한류뿐 아니라 한국기업과 한국제품의 수출통관 등에 불합리한 유ㆍ무형의 압박과 제재를 가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 내 롯데그룹 매장과 공장들이 전례 없는 세무조사, 소방안전ㆍ위생 조사 등을 집중적으로 받았는가 하면 중국에 인지도가 높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비관세 장벽, 반덤핑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한국행 단체관광객을 규제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중국 관광객이 북적이던 서울 명동과 동대문은 지난달부터 중국인 손님이 급감해 점포 문을 닫아야 할 정도라고 한다.
중국의 이런 터무니없는 조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롯데에 대한 전방위 조사도 롯데 소유의 경북 성주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 것과 관련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중국 업체들은 지난달 체결된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으로 한한령이 더 강화됐다고 말한다.
중국 당국의 사드에 대한 불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국 간 외교 경로를 통해 논의해야 할 사안을 민간분야에 대한 보복으로 압박하는 것은 공정한 자유무역과 시장질서를 흐리는 처사다. 자신들에게 도움 안 되는 졸렬한 행동일 뿐이다. 세계 최대시장이자 G2 국가임을 자임하는 나라가 자의적 보복을 서슴지 않는다면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중국은 당장 비열한 행동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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