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인 야(野) 3당의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통령 뇌물죄 혐의의 근거로 ‘면세점 추가 입찰’이 적시됐지만, 관세청 등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입찰 강행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더구나 관세청은 현재 이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까지 받는데도 일단 입찰을 진행하고 업체의 부정한 행위가 드러나면 특허를 취소하면 된다는 입장을 반복해 눈총을 사고 있다.
지난 2일 공개된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롯데와 SK그룹에 대해 “2015년 11월 면세점 특허권 심사에서 탈락해 사업권을 상실했으나, 2016년 3월 기재부가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다시 특허 신청을 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롯데만 따로 지목해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던 때 70억원을 받았다가 (롯데) 압수수색 하루 전 이를 반환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6일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졌다.
이처럼 면세점 의혹이 대통령 탄핵의 주요 배경으로 거론되는 상황임에도 관세청은 여전히 “12월 중순 서울, 부산, 강원지역 시내면세점 특허심사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관세청은 강행 이유를 “특허심사 진행에 대한 업체들의 신뢰를 보호하고 정부의 면세점 제도 운용에 대한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의혹을 받는 업체가 심사에서 사업자로 선정되더라도, 관세법상 특허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거짓ㆍ부정한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판정된다면 당연히 특허가 취소될 것”이라며 ‘사후 대책’도 제시했다.
그러나 문제는 대기업이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 대통령 독대 등의 대가로 면세점 추가 입찰 기회를 얻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관세청 등 정부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검찰 조사를 받는 입장이라는 점이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면세사업부, 서린동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사무실 뿐 아니라 세종시 기획재정부 1차관실과 정책조정국장실, 대전 관세청 수출입물류과 사무실, 전직 관세청 관계자 자택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관세청은 지난해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서울 시내 면세점 다섯 곳을 새로 선정한 데 이어, 불과 4~5개월만인 올해 4월 29일 ‘서울 시내 4개 면세점 특허권 추가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5월 24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서울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100만5,000명이나 줄었다는 공식 통계를 공개했다.
면세점 추가는 정부가 지난해 1월 19일 발표한 ‘관광인프라 및 기업혁신투자 중심 투자활성화 대책’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정부는 대책안에서 2015년 중 서울 3개, 제주 1개 면세점 추가 계획과 함께 “향후 지역별 외국인 관광객 증가 추세, 면세점 혼잡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 특허 여부를 2년마다 검토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불과 1년여 만에 서울 시내 면세점 4개 추가 결정이 3월 공청회 후 1개월만에 내려졌다. 일부 관세청 직원들은 지난해 면세점 입찰 정보를 사전에 입수, 외부에 유출하고 주식 거래 등에 이용한 혐의로 수사까지 받는 상황이다.
면세점 업계는 이런 상황에서 신규 면세점이 선정되면 탈락 업체들이 수긍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규 면세점이 결정된 뒤 결과가 번복됐을 때 피해와 행정 비용도 클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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