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언론과 문화계의 비판적 활동을 검열해 불이익을 주었다고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주장했다. 언론노조가 근거로 제시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는 무조건적 대통령 감싸기와 비판적 언론 활동 등에 대한 구시대적 대응 작태가 나와있다. 온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가 결국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비판을 조금도 용납하지 못하는 폐쇄적 국정 운영에서 비롯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비망록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불리한 언론 보도 대응이다.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와 관련해 “세계일보 세무조사 중(?)” “적에 대하여는 적개심을 가져야” 등의 내용이 나온다. 2014년 11월 보도 당시 세계일보 사장이던 조한규씨가 “통일교 산하 기업이 특별세무조사를 받았다”고 했으니 비망록대로 보복이 뒤따른 셈이다. 비선 실세 의혹을 파헤친 시사저널에 대해서는 “끝까지 밝혀내야_피할 수 없다는 본때를 보여야” 라고 적혀 있다. 시사저널 역시 “세무조사와 가판 정기등록 판매망에 대한 수사가 이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칼럼과 관련해 비망록은 “이슈화 예상, 위안부 문제 고지 선점, 일 정부 반전 기도 예상”이라고 기록했다. 가토 전 지국장 기소가 위안부 문제 해결에 지장을 주고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기소를 강행해 망신을 자초했다. 대통령 심기 보호가 국정의 최우선이었다는 비판이 나와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에 대해서는 비망록 내용대로 여당 의원들이 국정감사에서 상영금지를 요구했고, 홍성담 작가의 걸개그림 ‘세월오월’의 경우 보수단체들이 작가를 고발했다. 청와대가 여당과 보수단체를 움직여 보복을 가했음을 잘 보여준다. 이밖에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법원 발부 영장에 대한 협조를 거부했다가 비망록에 적힌 대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정부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기업인도 불이익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김 전 수석의 비망록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수석비서관회의 등에서 지시한 것들이다. 대통령과 비서실장의 생각이 권위주의 시대에 머물러 있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비망록 내용이 아직 다 공개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전체가 공개 되면 또 어떤 개탄스러운 행태가 드러날지 모르겠다. 정부는 무리한 대응이나 불법을 저질렀으면 관계자들이 응분의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불이익을 준 인사와 국민에게는 사과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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