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 주말 촛불집회가 열린 3일 전국이 또다시 촛불로 뒤덮였다. 주최측 추산 232만 인파가 서울 광화문 등 전국의 광장과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과 탄핵을 촉구했다. 광화문 일대에만 170만 명이 운집했다. 1주일 전 5차 집회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3차 대국민담화에서 자기반성은 하지 않고 진퇴문제를 국회로 떠넘겨 탄핵 대오를 교란시키는 등 꼼수를 부린 게 국민들을 한층 더 분노하게 만든 결과다.
청와대의 기대와는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촛불의 기세가 약해지기는커녕 더 거세게 타오르는 현상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진솔한 반성 없이 위기를 모면하고 반전의 계기를 잡으려는 어떠한 수도 성난 민심에는 통하지 않는다는 거다. 정계 원로들의 건의 등을 토대로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4월 퇴진, 6월 대선’방안은 촛불 민심에 의해 여지없이 거부됐다. 박 대통령의 탄핵을 피하고 보수 재집권을 위한 시간 벌기 꼼수로 비친 탓이다.
9일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우왕좌왕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분노한 민심은 여의도로 향하고 있다. 3일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는 수 천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어 탄핵 표결 동참을 촉구했다. 새누리당 로고가 새겨진 붉은색 대형 천을 찢는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일부 시민들은 당사 외벽에 날계란을 투척했다. 소속 의원들은 휴대폰 번호가 공개되면서 SNS, 이메일 등을 통한 거센 항의에 시달렸다. 새누리당 불참이나 반대로 탄핵안이 부결된다면 성난 민심의 1차 타깃은 새누리당이 될 것이란 경고로 보인다.
자중지란을 일으켰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도 민심의 경고음이 울렸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주말 촛불집회 현장에서 시민들로부터 따가운 비난을 들어야 했다. 국민의당은 탄핵 발의에 주저했다가 일부 지구당이 성난 시민들에게 점거 당하는 등 큰 곤욕을 치렀다. 야 3당이 탄핵가결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총력을 기울이기로 한 데는 이 같은 민심의 압박이 작용했을 것이다. 야당 일각에서는 의원직 사퇴 배수진을 치자는 강경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탄핵안 처리에 캐스팅 보트를 쥔 새누리당 비박계의 선택 폭도 좁아졌다. 비박계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는 원래 박 대통령에게 7일 오후 6시까지 퇴진 시점과 2선 후퇴 명시를 요구한 뒤 그 결과를 보고 탄핵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4일 긴급 모임을 갖고 박 대통령의 의사표명 여부와는 무관하게 조기퇴진 로드맵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9일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지기로 의견을 모았다.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자신들에게 집중될 민심의 분노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지금 촛불 민심의 기세에 비춰서는 국회가 탄핵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넘어 가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탄핵안 표결 불발이나 부결 시 초래될 사태를 여야 정치권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다면‘질서 있는 퇴진’을 모색하더라도 일단 탄핵안을 처리한 뒤에 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이러한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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