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 촛불집회] 국민도 놀랐다… 민주주의 역사 새로 쓴 6차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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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 촛불집회] 국민도 놀랐다… 민주주의 역사 새로 쓴 6차 촛불

입력
2016.12.03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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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70만 등 전국 232만명 거리로… 시민집회 사상 최다

경찰도 “서울 32만 역대 가장 많아”

3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6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상 최대 인원을 기록했던 5차 집회 때보다 빠른 속도로, 더 많은 참가자가 모이고 있습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가 민심에 불을 지른 격이 됐습니다.”

국민이 곧 지칠 것이란 정권의 노림수는 완벽한 실패로 끝났다. 일주일 만에 또 역사를 새로 썼다. 3일 오후 7시30분 6차 주말 촛불집회 인원을 취합해 발표한 사회자의 말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모인 시민들은 탄성을 뱉었다. 2시간 뒤 주최 측이 집계한 광화문 촛불집회 규모는 170만명(경찰 추산 32만명), 부산 광주 대전 대구 등 지역 집회 참가자 62만 명을 더해 232만명이 거리로 쏟아졌다. 지난달 26일 5차 촛불집회 당시 단일 시민집회 사상 최대 규모(전국 190만명)를 기록한 이후 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됐던 촛불민심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자체 추산으로도 이날 서울 도심 집회에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며 촛불의 힘을 인정했다.

평화 기조가 이어지고 축제 성격이 강했던 덕분에 참가자가 늘어났다는 분석은 이날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만큼 차갑고 엄숙한 분노가 광화문광장을 휘감았다. 주최 측인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오후6시 광장에서 진행한 문화제를 예고한대로 1시간30분으로 대폭 줄였다. 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박 대통령을 압박하려면 청와대 행진과 집회에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1~5차 촛불집회에서 참가자 발언과 공연 등 문화행사에 3시간 가까이 할애한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초청 연예인도 가수 한영애 한 명뿐이었다. 초등학교 자녀와 집회 현장을 찾은 회사원 김창훈(45)씨는 “6차 촛불은 전국 분산 집회로 열려 참가자가 적을 줄 알았는데 박 대통령 3차 담화에 분노한 나 같은 시민이 정말 많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앞 100m 구간까지 집회 및 행진을 허용한 전날 법원의 결정은 시민들을 광화문광장으로 재촉한 일등공신이었다. 김씨 말처럼 이날 광화문 인근을 빼곡히 수놓은 성난 촛불은 대부분 청와대를 향했다.

청와대 턱 밑부터 광화문까지 촛불 바다

문화제가 종료된 오후 7시30쯤 광화문광장에 모인 수십만명의 시민들은 청와대에서 200m 떨어진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쪽으로 대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속도는 한 없이 더뎠다. 이미 청와대 100m 거리의 효자치안센터부터 청운효자동주민센터, 경복궁역사거리, 광화문광장을 잇는 1㎞ 구간이 시민들로 가득 차 거대한 ‘인간 띠’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대학생 김모(23)씨는 “법원이 주민센터 앞 야간 집회를 허락해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벌써 발 디딜 틈도 없는 것 같다”며 초조함을 내비쳤다. 촛불 행렬은 이미 오후 6시쯤 광화문광장 본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과 광장을 동서 방향으로 잇는 행렬 참가자들이 한데 섞여 ‘와이(Y)’자 모양의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앞서 오후 3시30분부터 시민 40만여명은 사상 최초로 청와대와 100m 떨어진 효자치안센터에 운집했다. 이들은 청운동길과 효자동길, 삼청동길 등 세 갈래 경로로 나눠 행진하며 북악산을 뒤로하고 청와대를 동ㆍ남ㆍ서쪽에서 에워쌌다.

행진 선두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맡았다. 희생자들의 사진을 프린트한 현수막을 들고 광화문광장에서 발걸음을 뗀 유가족은 도보로 40분 가량을 걸어 효자치안센터 앞에 도착했다. 유가족과 함께 한 시민들도 국화꽃을 경찰버스에 던지며 청와대를 향해 함성과 절규를 토해냈다. 전명선 4ㆍ16가족협의회 위원장은 “2014년 4월16일 이후 단 한 번도 들어오지 못한 이곳에 시민들과 함께 서는 게 꿈이었다. 파란색 지붕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좋은 날”라고 말했다. 법원이 정한 집회ㆍ행진 시간인 오후 5시30분이 지나서도 행렬이 꼬리를 물어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으로 철수하지 못하고 자유발언을 이어가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물 샐 틈 없이 이어진 촛불의 동력은 자신의 거취를 정치권 선택에 맞긴 박 대통령의 3차 담화에 실망한 국민들의 상실감이었다. 오후 8시 자신을 두 아이의 엄마라고 소개한 이선희(32)씨는 청운동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진행된 자유발언에서 “새누리당 의원님들은 박 대통령 담화가 나오자마자 개헌 이야기만 꺼낼 뿐 탄핵은 필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즉각 하야를 해도 모자를 판에 조건을 거는 게 말이 되느냐”고 소리쳤다. 시민단체 반올림 상임활동가 이종란(39)씨는 “중소상인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권력승계를 위해 국민연금 손댄 재벌들에 대한 청문회가 6일 열린다”며 “재벌총수와 박근혜를 뇌물죄로 처벌하려면 이를 감시하고 압박하는 촛불 목소리가 더 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숙해진 사전집회… 여의도에도 분노 상륙

무거워진 여론은 광화문 곳곳에서 열린 사전집회에서도 감지됐다. 박 대통령과 국정농락에 관여한 인물들을 희화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던 풍자ㆍ패러디물은 ‘탄핵이 양심이다’ ‘복종은 끝났다’ 등 정치권에 탄핵절차 개시를 압박하는 직접적 요구로 바뀌었다.

‘암흑 퍼포먼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주말에는 오후 8시에 일제히 촛불을 껐지만 이날은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을 밝히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담아 오후 7시 행사에 들어갔다. 시민들은 정각 5초 전부터 카운트다운을 외친 후 1분간 촛불을 꺼 박 대통령에게 어둠으로 항의를 전했다. 퇴진행동은 같은 시간 청와대 홈페이지 접속량을 폭주시켜 전산망을 마비시키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 디도스(DDoSㆍ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탄핵 촛불’로 바뀐 민심은 대한민국 정치를 상징하는 여의도에도 상륙했다. 퇴진행동은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시민대회를 열어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새누리당 해체를 촉구했다. 집회는 국민이 탄핵안을 놓고 정치적 득실을 따지는 정치권에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보여주는 자리였다. 주최 측은 미리 준비한 가로 15m, 세로 8m 크기의 새누리당 로고가 적힌 현수막을 손으로 찢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일부 참가자들은 계란을 준비해 ‘국민여러분 한없이 죄송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국정을 수습하겠습니다’라고 적힌 새누리당사 건물 현수막을 향해 던지기도 했다. 회사원 장모(30)씨는 “여의도는 서민경제를 보호하고 노동자 권리를 주장하는 또 다른 집회의 성지”라며 “국회가 국민의 명령에 응답하지 않으면 여의도에도 100만 촛불이 켜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노는 거셌지만 시민들은 끝까지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오후 4시 1차 행진 행렬이 청와대 100m 인근까지 진출하자 일부 흥분한 시민들은 차벽을 치고 “경찰도 부역자다”라고 외치며 험악한 상황을 만들었다. 그러자 다수 시민들이 “경찰도 국민”이라며 오히려 의경들을 보호했다. 오후 10시30분 야간집회 허용시간이 다가오자 “쓰레기를 다 치우고 아쉬운 사람들은 광화문광장에서 발언을 이어가자”며 법원 결정을 따르려는 준법의식이 엿보이기도 했다. 직장인 김영환(53)씨는 “4차 집회 때부터 나와 집회 뒷정리를 도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 밖에 없지만 시민들이 많이 도와줘 힘든 줄 모르겠다”며 웃었다.

경찰도 시민들을 배려했다. 오후 5시30분으로 제한됐던 효자치안센터 앞 집회가 밤 늦게까지 이어져도 불법집회로 몰아 붙이거나 참가자들을 연행하지 않고 기본권을 보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몰 이후 집회는 사실상 불법이지만 선두 행렬이 후퇴할 공간조차 없어 집회 관리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12월 3일은 촛불이 승리한 날로 민주주의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항복 선언을 할 날이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3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촛불 행렬 뒤로 암흑과 정적에 휩싸인 청와대가 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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