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첫 촛불집회“탄핵 미적거리는 새누리당 해체해야”
새누리당 로고 찢고 달걀 투척 등 성난 민심 분출
“국회가 국민의 뜻을 섬길지 책임을 회피하려는 박근혜 대통령을 섬길지 1분1초 쉬지 않고 지켜볼 겁니다.”
3일 오후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적힌 피켓을 든 시민들은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이후 여당 내에서 탄핵 목소리가 희미해지고 있다”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곳은 촛불집회의 성지인 서울 광화문광장이 아닌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 대학생 정지우(21)씨는 “박 대통령은 자발적 하야 의사가 없고 새누리당도 탄핵에 힘을 실을 의사가 없음이 3차 담화로 밝혀졌다”며 “탄핵 통과가 안되면 수백만의 촛불이 국회를 향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에 분노한 ‘탄핵 촛불’이 대한민국 정치를 상징하는 여의도로 옮겨 붙었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10월 29일 범국민 촛불정국이 조성된 이후 한 달여 만에 정치권을 정조준하기 시작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3차 담화를 통해 퇴진 결정을 사실상 새누리당의 선택에 맡겼고, 국민 여론에 동조하던 여당도 대통령의 한마디에 다시 탄핵 반대입장으로 선회하자 압도적 다수의 시민들은 정치권의 무능과 꼼수에 더 이상 인내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2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 국정농단 공범 새누리당 규탄 시민대회’를 개최하고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새누리당 해체를 촉구했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 등 3,000여명은 ‘새누리당 해체’피켓을 들었다. 아내와 함께 참석한 자영업자 김로빈(43)씨는 “민심은 탄핵보다 당장 퇴진을 원하고 그렇게 때문에 청와대를 압박하는 촛불행진을 계속하는 것”이라면서도 “그것만으로 부족하니 정치권에서 탄핵을 하라는 게 준엄한 국민의 명령인데도 국회가 정략적으로 탄핵안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곁에 있던 대학생 이모(26)씨는 “탄핵발의가 예고된 다음주 내내 국회의사당 주변을 촛불로 밝히자”고 동조했다.
이날 여의도 집회는 박 대통령 3차 담화로 여론이 더욱 악화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집회 분위기가 무르익자 참가자들은 주최 측이 미리 준비한 가로 15m, 세로 8m 크기의 새누리당 로고가 적힌 현수막을 손으로 찢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일부 참가자들은 계란을 준비해 ‘국민여러분 한없이 죄송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국정을 수습하겠습니다’라고 적힌 새누리당사 건물 현수막을 향해 던지기도 했다.
시민들은 집회를 마치고 새누리당사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을 거쳐 여의도역까지 2㎞구간을 행진했다. 3,000명이던 인원은 행진 대열에 가담하는 시민들로 금세 1만명 넘게 불었다. 이들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전경련 건물 앞을 지나면서 A4용지 크기의 ‘국민소환장’을 곳곳에 붙이는 등 비판 수위를 높였다. 국민소환장에는 “미르재단, K스포츠 재단에 800억원을 가져다 준 것은 전국민을 비정규직화 하려는 노동개악을 관철을 위한 상납으로 뇌물죄에 해당한다”며 “온국민을 괴롭히고 노동자들의 고혈을 빨아 먹은 귀하(전경련)를 조사해야 하니 3일 오후6시까지 광화문광장으로 출석하기 바란다”고 적혔다.
회사원 장모(30)씨는 “여의도도 서민경제를 보호하고 노동자 권리를 주장하는 또 다른 집회의 성지”라며 “국회가 국민의 명령에 응답하지 않으면 여의도에도 100만 촛불이 켜질 날이 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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