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강정호(28ㆍ피츠버그)가 올 한해 그라운드 밖에서 두 차례 일탈 행동을 했다. 지난 6월말 불거진 성추문 사건 이후 자숙해도 모자랄 시간에 또 한번 사고를 쳐 야구 팬들은 물론 피츠버그 구단,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에 큰 실망을 안겼다.
강정호는 2일 오전 음주 운전 사고를 내고 도주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혈중알코올농도 0.084%인 상태로 숙소 서울 삼성동 G호텔로 향하던 중 삼성역 사거리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달아났다. 동승했던 지인에게 음주 사고책임을 떠넘기고 자신은 숙소 안으로 들어가버린 사실까지 드러났다.
성폭행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데 이어 치명적인 ‘병살타’다. 당시 강정호는 시카고 원정 도중 호텔에서 데이트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여성을 만났고, 이 여성이 강정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시카고경찰에 신고했다. 강정호는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고소 여성이 잠적해 해당 사건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2014년까지 넥센에서 활약한 강정호는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2015년 메이저리그 구단 피츠버그와 계약했다. 빅리그 진출 첫해 타율 0.287 15홈런 58타점으로 안착했다. 강정호가 동양인 타자도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덕분에 올해 김현수(28ㆍ볼티모어), 박병호(30ㆍ미네소타), 이대호(34ㆍ시애틀)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었다. 강정호는 올 시즌 성폭행 사건에 휘말려 선수 생활에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103경기에서 아시아 내야수 최다 홈런 21개를 쏘아 올리며 주전 선수로 입지를 다졌다.
강정호는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실력으로 지난 실수를 덮었으나 불과 6개월도 안 돼 음주 운전이라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 팬들의 시선은 더욱 싸늘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 현지 언론은 발 빠르게 강정호의 음주 운전 사고를 보도했고, 피츠버그 구단은 “한국에서 발생한 강정호의 매우 심각한 사건을 인지하고 있다”고 성명서를 냈다.
프랭크 쿠넬리 피츠버그 사장은 “강정호와 사고를 처리하는 그의 결정 과정에 매우 실망했다”며 “관련 소식을 확인하고, 선수에게 진술을 받아 추가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팀 내 ‘문제아’로 전락한 강정호는 어떤 식으로든 구단 차원의 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로 WBC 대표팀에도 비상이 걸렸다. 앞서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회는 여론을 고려해 해외 원정도박 파문을 일으킨 투수 오승환(34ㆍ세인트루이스)을 대표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미 강정호는 내년 3월 열릴 WBC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나라를 대표하는 태극마크의 상징성을 고려하면 교체가 불가피하다.
강정호는 이날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우선 저에게 실망하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했고 사고를 낸 순간 당황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고 사과했다. 그는 이어 “많이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면서 “어떤 벌이든 달게 받을 마음가짐으로 이렇게 사과문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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