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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2004년 그리고 2016년

입력
2016.12.02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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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04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로또 복권을 산 적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치 연인이라도 된 듯 나를 꼭 안아주는 꿈을 꾸었기 때문이었다. 친구들은 “대통령이랑 악수만 해도 로또 1등이라잖아! 당장 사야지!” 호들갑을 떨며 나를 부추겼다. 하지만 역시나 당첨이 되지는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재적 271명 중 193명의 찬성으로 가결된 즈음이었다. 그때 어떠했던가. 외국에서 회사 생활을 하다가 막 서울로 돌아왔던 나는 들불처럼 번지던 광화문의 촛불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60%가 넘는 국민들이 반대했던 대통령의 탄핵을 그렇게 오만하게 밀어붙이던 정치인들에게 느꼈던 분노가 아직도 내 등뼈에 고스란히 남았다. 그 생각을 하면 여태 등이 시리다.

우스울 만큼 반대의 상황이 지금이다. 국민의 96%가 박대통령을 등진 판국에 이번에는 탄핵을 못하겠단다. 건넌방에 모여 앉아 나머지 판을 짜느라 그들에게 우리의 분노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이쯤 되니 정치인들의 오만한 태도에 헛웃음이 날 지경이다. 남편의 끊임없는 외도와 폭력으로 이혼을 앞두고 있던 선배 언니는 갑작스런 사고로 남편을 저세상으로 보냈다. 하도 서럽게 울기에 그래도 언니는 남편을 참 사랑했나 보다 생각했다. 나중에야 선배 언니가 말했다. “사과를 못 받았어. 그래서 이 상처가 안 가셔. 분노가 지워지지 않아.” 너무 잔인한 이야기인가. 우리의 분노도 잔인해질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이 냉큼 알아차려야 할 것이다. 2004년의 선거 참패보다 더한 일들이 그들에게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테니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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